(싸지방에서 처음 올리는 영화 리뷰.
22개의 리뷰를 서둘러 마무리해야겠다.
아니 서둘러 하면 안 되는 건가?
왜냐면 시간을 때우면서 영화 글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하나둘 짜고 있으니까.)
동민이형이 내게 추천해준 영화이다.
내가 군대 가기 전에는 꼭 봐야 할 것 같아서 봤다.
내가 보면 졸도할 영화라고 했었다.
졸도는 안 했다.
하지만 꽤 몰입해서 보았다.
그렇지만 동민이형이 좋아했던 포인트와는 다른 이유였다.
'영향 아래' 있는 여자?
여기서 말하는 영향이란 뭘까?
무엇의 영향일까?
이 여자는 정신이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나온다.
그녀는 무엇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
나는 가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가난이라는 영향 아래 놓고 보면 시시해진다.
이 여자가 가난해서 이렇게 됐고, 가난해서 치료도 못 했고, 남편이 돈 버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 이 여자가 계속 이렇다고.. 보면 시시해진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여자와 그녀의 남편을 보며 우리 엄마 아빠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는 지금 정신이 조금 이상하시고 아빠 역시 영화 속의 남편처럼 다혈질이다.
그래서 남편이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인 이 영화가 너무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인하고 싶었다. 보기 싫은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사실적이라 싸우는 엄마아빠를 볼 때처럼 정신이 쭈뼛 섰기 때문이다.
동민이형과 대화를 했다. 왜 이 영화를 좋게 봤고,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지 물었다.
그 때 들은 답은, 카사베츠는 영화를 통해 어떤 마법같은 것을 부린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이 의도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어떤 결과물이 보인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동민이형이 말한 카사베츠의 특별함처럼, 카사베츠가 의도하지 않았을텐데 영화를 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엔딩도 너무 이상했다. 현실을 닮아 너무 이상했다. 현실도 너무 이상하다.
죽일듯이 싸우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서로를 사랑한다 말한다. 그렇게 앞으로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될 것만 같고, 이상하게 평화롭다.
우리 엄마 아빠도 가끔씩 싸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아빠가 너무 쉽게 엄마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나는 그 싸울 때와 사랑한다 말할 때의 온도 차이가 이해가 안 간다.
싸우고 나서 어떻게 사랑 모드로 돌아가는 걸까.
나는 아직 그걸 잘 모르겠다. 그래서 잘 안 싸우려 한다. 싸우고 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군생활 계획 중 하나가 '잘 화 내는 법 배우기'이기도 하다.
낯선 영화였고, 아직도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좋아할 영화인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존 카사베츠의 <남편들>도 괜찮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