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잃어버린 지평선> 1937 서양인들이 보았던 동양의 신비~



영상자료원에 가면 평소에 구할 수 없는 영화를 찾아서 본다.
<멋진 인생> <어느 날 밤에 생긴 일>로 유명한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훑다가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읽고 끌려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내가 좋아했던 그의 두 편의 영화들에 비해 많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1937년도 서양인들의 시각과 2017년도 동양인의 시각 사이의 온도 차이를 크게 느꼈다.
영화는 1937년도 서양인들이 가졌을 법한, 동양을 신비롭고 이상적인 세계로 그려내는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하려는 건 아니다. 시대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지금 시대는 2017년이고 나는 저 영화가 겨냥했던 미국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니까. 재미가 없었다.
프랑크 카프라의 다른 영화들이 이러한 시대 차이, 국적 차이를 무시하고 내게 와닿았었는데.. 이 영화는 대실망이다.
<멋진 인생>과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문화적으로 일관된 코드를 잘 읽어낸 결과물이지만, <잃어버린 지평선>은 유치해서 봐줄 수가 없다.

영화 속의 신비로운 동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대체 무엇인지도 알 길이 없고
그 신비로운 '무언가'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가 250년을 사는 '장수'이다.
알멩이 없는, 완전히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양의 모습이다.
프랑크 카프라의 영화에서만은 무언가 특별함이 있기를 바랐다.
그의 다른 영화를 또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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