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1일 월요일

<나이트 크롤러> 반어적 연출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서 본 세 번째 영화.
무슨 영화를 보냐는 선생님의 말에 한 친구는 "기레기 영화요!" 하고 대답했다.

결말을 보고선 당황했다.
"권선징악같은 건 없는 거야? 응? 이렇게 끝나는 거야?"




<나이트 크롤러>를 본다면 순간순간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어, 이게 아닌데...' 주인공 루이스 블룸을 무감각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무감각한 것과는 좀 다르다. 그는 목표가 뚜렷하며, 감정을 못 느끼는 것도 아니다(감정을 굳이 표현하려 들지 않을 뿐). 방향이 뒤틀려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진취적인 태도, 참 좋은데 그 방향이 잘못된 곳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소시오패스를 소시오패스적으로 연출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이트 크롤러>는 그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재밌는 사례이다. 영화 속의 인물이 그러한 것처럼, 영화의 형식 또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사건이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면 삽입되는 음악은 과하게 밝고 평온하다.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의도적으로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루이스 블룸은 자신의 회사 '비디오 프로덕션 뉴스'의 규모를 더 키우고, 사원들에게 그럴싸한 말들을 하고선 밤거리의 도로로 흩어진다. 그 다음으로, 신나는 음악이 깔리며 크레딧이 올라간다. 루이스 블룸을 징벌하지 않고 끝이 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나이트 크롤러>의 반어적 연출이 대책 없이 끝나는 권선징악식의 이야기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권선징악은 딱 거기서 적을 물리치고 끝내지만, 현실은 안 그렇지 않은가. 관객이 찝찝하고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면 현실이 조금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식의 결말이 무의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영화에서 성사시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 이를테면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의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 어떤 사람들에게 그런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있지 않을까? 어느 것이 좋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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