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2일 금요일

<시리어스 맨> 시리어스 맨이 본 시리어스 맨



나는 정말 심각한 사람이다. <시리어스 맨>은 심각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심각한 사람들은 좀 기분나빠할 영화'라는 표현을 어디서 듣긴 했어도 그게 나의 과하게 심각한 부분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 없다는 생각으로 <시리어스 맨>을 보았다.



래리 고프닉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 일 저 일이 겹치고 겹쳐 정말로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라는 말이 그에겐 무책임하게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일은 조금씩 풀려가는가 싶었지만 얼씨구,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이런 상황을 가지고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라'라는 메세지를 주다니.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니까 마음 놓아라.

일단 주인공 래리가 딱히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려 든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들을 굳이 복잡하게 풀어나가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제시하고 '불확실함의 정리'같은 걸 이야기하고 있으니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매사에 serious한 내가 보기에는 마지막 결말이 이렇게 보인다. 마음 놓아봤자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다 (+흥겨운 음악). 영화가 제시한 쪽과는 좀 다르다. 일단 인생이 최악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나 마음 놓아봤자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다 + 흥겨운 음악에는 좀 더 짙은 조소가 있다.

영화의 오프닝으로 돌아가 보자. 쌩뚱맞게 배경은 시대극이다. 배우 한 쌍이 나오며 남자가 만난 랍비를 여자는 귀신이라고 한다. 남자는 이미 그 사람을 집으로 초대했고, 여자는 언쟁 끝에 정체 불명의 남자를 칼로 찌른다. 칼에 찔린 그 자는 웃으며 집 밖으로 나가고, 그렇게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나는 이것을 랍비를 포함해 고리타분한 해법만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 쓰잘 데 없는 말이라는 것을 돌려가며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별 의미 없이 집어넣은 거라 하더만. 아.. 코엔 형제 안 맞아.


<시리어스 맨>에는 Serious Man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 래리의 아내와 바람난 남자 싸이가 죽고 나서 장례식 장에서 "그는 정말 serious man이었습니다." 하고 나온 대사와, 참다 참다 못 견딘 래리가 "저는 serious man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라고 한 대사. 공통점은 serious man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지 부정적인 의미로는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의미 말고 조금 다른 의미로 비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봐도 글쎄, 그건 아니다. <시리어스 맨>의 serious man은 대체 무슨 뜻으로 쓰인 말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