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0일 월요일
<아가씨> 반전강박과 페미니즘
1
두 번의 반전 포인트를 두고 관객들을 의도하는 대로 끌고 가는 식의 영화다. 하지만 그 솜씨가 매끄럽진 못 하다. 숙희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1부의 컨셉이라면 당연히 등장해야 했을 히데코가 숙희에게 진실을 밝히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복선이라는 명목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밧줄을 비춰준 것이 실망스럽다.
1부의 밧줄 씬이 크게 잘려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1부의 그 뒷장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전까지 1부를 이끌어나가던 주인공인 숙희의 생각을 완전히 오해하도록 편집한 것이다. 이것은 얄팍한 술수이고 결코 잘 만든 반전이 아니다. 제1부에서 관객은 오로지 숙희의 관점으로 이야기에 참여한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속았던 1부의 후반부는 그 누구의 관점으로도 서술된 것이 아니다. 앞에 엄연히 존재했던 사실을 잃어버린 1부의 후반은 반전을 의도하고 기획했던 작가의 과한 욕심이 장악하고 있었다. 다 보여주고도 말이 되는 반전이었어야 한다. 더 잘 썼어야 한다.
2
두 명의 여자가 자기들을 착취한 변태 남성들로부터 벗어나 이상향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지만 그 시선부터가 몹시 변태적이다. 변태 남성인 내가 보기엔 서비스컷이 그저 흐뭇할 뿐. 야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이 성적인 코드는 대체 누굴 위한 것이었나 하는 고민이 든다. 영화 속에 나오는 것과 같은 변태 남성들이 보고 즐긴다면 그것은 완벽한 실패가 아닌가? 단순히 억압받던 여성이 남성세계에 돌을 던진다는 것만으로 페미니즘은 성립하기 어렵다.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헷갈린다. 페미니즘이라는 틀을 걷어내고 보아야 하는 걸까? 변태 감독 박찬욱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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