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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3일 금요일

<파고> 세 쌍의 부부와 사랑이라는 가치




무엇 때문에?
그까짓 돈 때문에?
사는 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범인이 잡히고 나서야 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 드러난다. 영화에는 세 부부가 등장한다. 마지와 그녀의 남편, 제리와 그의 아내, 그리고 마이크와 린다(물론 이들은 결혼한 적도 없고, 마이크의 거짓말이다.) 마이크 야나기타라는 캐릭터는 <파고>가 다루고 있는 범죄와는 무관한 인물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영화가 하고싶었던 말과 더 관련이 있다. 마이크는 우연히 TV에서 옛 동창인 마지를 보고 그녀가 임신한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저 딱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마지는 다른 동창으로부터 그가 사별했다던 린다 쿡시는 마이크에게 1년간 스토킹당했고 지금 멀쩡히 잘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마이크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창 마지에게 과거에 자신이 스토킹했던 여자를 머릿속에서 죽여가면서까지 동정심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제리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지내는 듯 싶지만 제리의 머릿속은 돈 생각으로 복잡하다.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그는 범죄자들에게 자신의 아내를 다치지 않게 유괴해줄 것을 부탁하고 돈이 많은 장인으로부터 받은 몸값을 나눌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계획은 우발적인 사고와 서로간의 불신으로 틀어지기 시작해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 그대로 공중분해된다. 경찰로부터 도주하다 잡혀 수갑 채워지는 제리의 절규 뒤에는 사랑하는 아내도 장인어른도 아닌 부모 잃은 가엾은 아들만이 있을 것이다.

 반면 마지 부부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살아가며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남편은 변변찮은 일 없이 집에서 지내는 무능력한 신세이지만 마지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덤덤하게 출산일을 기다리는 부부의 모습이 거창하지 않아도 퍽 행복해 보인다. <파고>는 이런 세 쌍의 부부간의 사랑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진정으로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시리어스 맨> 시리어스 맨이 본 시리어스 맨



나는 정말 심각한 사람이다. <시리어스 맨>은 심각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심각한 사람들은 좀 기분나빠할 영화'라는 표현을 어디서 듣긴 했어도 그게 나의 과하게 심각한 부분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 없다는 생각으로 <시리어스 맨>을 보았다.



래리 고프닉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 일 저 일이 겹치고 겹쳐 정말로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라는 말이 그에겐 무책임하게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일은 조금씩 풀려가는가 싶었지만 얼씨구,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이런 상황을 가지고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라'라는 메세지를 주다니.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니까 마음 놓아라.

일단 주인공 래리가 딱히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려 든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들을 굳이 복잡하게 풀어나가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제시하고 '불확실함의 정리'같은 걸 이야기하고 있으니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매사에 serious한 내가 보기에는 마지막 결말이 이렇게 보인다. 마음 놓아봤자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다 (+흥겨운 음악). 영화가 제시한 쪽과는 좀 다르다. 일단 인생이 최악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나 마음 놓아봤자 어차피 인생은 최악이다 + 흥겨운 음악에는 좀 더 짙은 조소가 있다.

영화의 오프닝으로 돌아가 보자. 쌩뚱맞게 배경은 시대극이다. 배우 한 쌍이 나오며 남자가 만난 랍비를 여자는 귀신이라고 한다. 남자는 이미 그 사람을 집으로 초대했고, 여자는 언쟁 끝에 정체 불명의 남자를 칼로 찌른다. 칼에 찔린 그 자는 웃으며 집 밖으로 나가고, 그렇게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나는 이것을 랍비를 포함해 고리타분한 해법만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 쓰잘 데 없는 말이라는 것을 돌려가며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별 의미 없이 집어넣은 거라 하더만. 아.. 코엔 형제 안 맞아.


<시리어스 맨>에는 Serious Man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 래리의 아내와 바람난 남자 싸이가 죽고 나서 장례식 장에서 "그는 정말 serious man이었습니다." 하고 나온 대사와, 참다 참다 못 견딘 래리가 "저는 serious man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라고 한 대사. 공통점은 serious man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지 부정적인 의미로는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의미 말고 조금 다른 의미로 비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봐도 글쎄, 그건 아니다. <시리어스 맨>의 serious man은 대체 무슨 뜻으로 쓰인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