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그까짓 돈 때문에?
사는 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범인이 잡히고 나서야 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 드러난다. 영화에는 세 부부가 등장한다. 마지와 그녀의 남편, 제리와 그의 아내, 그리고 마이크와 린다(물론 이들은 결혼한 적도 없고, 마이크의 거짓말이다.) 마이크 야나기타라는 캐릭터는 <파고>가 다루고 있는 범죄와는 무관한 인물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영화가 하고싶었던 말과 더 관련이 있다. 마이크는 우연히 TV에서 옛 동창인 마지를 보고 그녀가 임신한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저 딱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마지는 다른 동창으로부터 그가 사별했다던 린다 쿡시는 마이크에게 1년간 스토킹당했고 지금 멀쩡히 잘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마이크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창 마지에게 과거에 자신이 스토킹했던 여자를 머릿속에서 죽여가면서까지 동정심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제리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지내는 듯 싶지만 제리의 머릿속은 돈 생각으로 복잡하다.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그는 범죄자들에게 자신의 아내를 다치지 않게 유괴해줄 것을 부탁하고 돈이 많은 장인으로부터 받은 몸값을 나눌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계획은 우발적인 사고와 서로간의 불신으로 틀어지기 시작해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 그대로 공중분해된다. 경찰로부터 도주하다 잡혀 수갑 채워지는 제리의 절규 뒤에는 사랑하는 아내도 장인어른도 아닌 부모 잃은 가엾은 아들만이 있을 것이다.
반면 마지 부부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살아가며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남편은 변변찮은 일 없이 집에서 지내는 무능력한 신세이지만 마지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덤덤하게 출산일을 기다리는 부부의 모습이 거창하지 않아도 퍽 행복해 보인다. <파고>는 이런 세 쌍의 부부간의 사랑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진정으로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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