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케이 팩스> 끔찍한 가족주의





로버트 포터의 아내와 딸은 강도에 의해 강간,살해당했다.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그 강도를 죽이고 말았다.
로버트 포터가 겪은 이 불운의 사고를 마침내 알게 된 의사는 집으로 돌아가 잠든 아이들을 지긋이 지켜본다.
그리고 아내에게 가 흐느끼며 그동안 가족에 소홀했던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확인하려는 이 장면을 본 나는 기분이 바로 나빠졌다.

이 영화는 로버트 포터의 '불우한 사연'을 강도 사건으로 채워넣었을 뿐, 그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눈곱만큼의 배려도 없는 영화이다.
관객들이 아무리 프롯이 외계인이냐 아니냐를 논해봐도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는 없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을 한 명의 미치광이로 만들어 입 다물게 하고
남은 사람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을 지키라는 식의 끔찍한 가족주의를 끼얹는 데서
나는 이 영화의 아무런 고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이 영화는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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