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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잭 앤 질> 최악의 영화 타이틀을 떼어낸다면..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해당 해 전체 부문을 싹쓸이 수상해서 전설로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예전부터 이 영화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용기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1000원을 내고 <잭 앤 질>을 구매해 감상했습니다.

줄거리 소개.
추수감사절을 맞아 광고 기획자인 잭(아담 샌들러)의 가정에 못생기고 예의없는 쌍둥이 여동생 질(여장한 아담 샌들러)이 눌러앉습니다.
잭은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라 외로움에 빠진 질을 위해 소개팅 사이트를 이용하지만 그녀는 더 우울해질 뿐입니다.
그러다 잭이 광고에 섭외하려고 혈안이 된 알파치노가 질에 반해버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파치노를 원치 않고, 잭은 어떻게든 이 둘을 이어보려 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최악의 영화 명예의 전당 자리에 오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도 분명 애매한 영화이긴 하지만, 다른 애매한 실패작들에 비해 결코 심하게 뒤쳐진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른 못 만든 영화도 많은데 왜 하필 이 영화가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10관왕 수상을 거머쥐었는지 납득이 안 갑니다.
알 파치노의 변신이 너무 파격적이었던 걸까요?

영화를 보는 기분은, 그냥 SNL 한 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노는 시간에 누가 틀어줬던 SNL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잭 앤 질>을 보면서 몇 장면에서 소리내어 웃었다는 사실에 지금 자괴감이 들긴 하네요..

영화는 꽤 일찍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로 질이라는, 대체 누가 그녀에게 사랑을 줄까 싶을 정도로 매력없는 캐릭터가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때문이죠.
별 생각 없이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저는 질이라는 캐릭터에 어느정도 진지하게 빠져들었습니다.
고모는 아이가 없냐는 조카의 질문에 애써 당당한 척 대답하는 질에게 연민이 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몰래 도망가 버렸지만 바보같이 끝까지 그를 믿으려 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저는 사랑 경쟁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도태된 루저 캐릭터 질의 인생이,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이러한 루저 감성까지도 가족주의 안으로 급하게 끌어모으려 했기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질이라는 저 괴상한 여자에게 어떻게든 억지를 써서 짝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극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happy한 엔딩이라고 각본가는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 제 생각에도 돈 벌어야 하는 상업영화 만들려면 이렇게 결말을 맺는 것이 제일 간단해 보이기도 하구요..

결정적인 얘기를 해드릴게요.
이 영화가 의외로 실망스럽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굳이 시간내어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습니다.
대부분의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그렇듯, 적당히 웃겨주고 적당히 집중시키다가 적당히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공감할 만한 가족주의를 건드리고 끝냅니다.
아마도 이건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봤는지 안 봤는지도 모르는 그런 영화들 중의 한 편이 되겠죠.
궁금하지만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영화를 대신 리뷰한다는 점에서 [시네:망] 프로그램에 잘 맞는 영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한주의 한줄평.
별점 4/10

최악의 영화라 하기엔 나름 볼 만하다. 그래서 최악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떼어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영화이다.

2017년 9월 16일 토요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전체관람가용 '그리움을 이겨내는 방법'


스토리 요약.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피자 봉고차에서 살게 된지 한달째인 이레. 부동산에서 ‘평당 500만원’이라는 전단지를 보고 5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녀는 단짝친구와 함께 노부인의 개 월리를 훔쳐 500만원을 받아내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월리를 노리는 자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일러) 월리가 노부인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은 지소는 월리를 구해내 노부인에게 사실을 밝히면서 돈을 받지 않고 데려다 준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노부인은 지소네 가족에게 작고한 아들의 집을 전세 500만원으로 판매한다.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적 요소 없었다.
시나리오가 촘촘하다. 조연 캐릭터들이 사건에 잘 어우러진다. 사건의 진행 또한 매끄럽다.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일 줄은 몰랐다.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개봉 당시 스크린 수를 얼마 얻지 못 했던 개훔방.
일부러 개훔방을 보러 가는 관객들, 일부러 상업영화인 개훔방 스크린을 열어주는 예술영화관이 난 의아했다.
나는 이 영화에 흥미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빵빵하지만 관심있는 배우는 아무도 없고
전체관람가 영화를 내가 잘 못 본다..
그리고 ‘평당 500’이라는 소재가 유치해보였다.


그런데 울었다. 나를 울게 한 영화는 꼭 기억해두는 편이다.
1.     집을 나간 강아지도, 자기 아버지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만들어낸 자기암시처럼 들렸다. 이렇게 이 슬픔을 이겨냈구나. 불쌍하고 짠했다. “집을 나가긴 한건데 길을 잃어버려서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는 언젠가 길을 찾아서 집에 돌아올 거예요. 월리도 그렇고요.”
2.     아무리 힘들어도 그건 잘못이라는 김혜자 선생님의 말씀. “힘든 시간들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지소야 그건 변하지 않아.” 좋게 타이르는 용서의 과정. 억지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감정. 정말 소중한 감정이다.


인물들 저마다의 상실을 보았다.
지소 : 아버지와 집의 부재
엄마 : 남편과 집의 부재
노부인 : 남편과 아들과 월리의 부재
대포 : 딸과 집의 부재

지소는 부정한 방법을 썼다가 이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소원>이라는 영화에도 나왔었는데 연기 자연스럽게 한다. (아이답지 않다는 느낌도 받는데 아이다운 행동과 말투가 무엇인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석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에 좀 더 가깝다.)
엄마는 두 남매를 책임지는 생활꾼. 지소가 그녀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녀 또한 남편을 잃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적인 화해.
노부인은 초반에는 공공연하게 자기의 슬픔을 알리지 않는 비밀스러운 인물로 등장한다. 후반부에 가서야 조카의 입을 통해 남편이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림을 통해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지소에게 털어놓는다. 화가의 길을 걷고자 해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들이 집을 나가고 얼마 가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집에 있던 월리가 아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 그런 월리마저 떠나자 상심한 그녀는 월리가 남편처럼, 아들처럼 집을 나간 것이라고 찾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지소의 설득으로 월리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더>로만 김혜자의 연기를 접했는데 이렇게 보니 색다르다. 이 사람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이 있다. 부르르 떨며 이야기하는 느낌.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과잉된 느낌이 없었다.
대포의 사정이 정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노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부끄러워 딸을 그동안 만나러 가지 못 했다. 돈이라는 가치보다 다른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무료로 기계를 수리해 주기도 한다. 도움만 받는 존재였던 지소의 조언에 언젠가는 딸을 만나러 갈 지도 모르는 식으로 결말을 열어놓음. 등장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정보도 적지만 이 영화에서 사건 진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 바람처럼 떠나가는 영웅 같은 이미지.

한줄 정리.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너무 판타지스럽다. 청소년 소설이 원작이라서 그런지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게 나온다. 이대로만 세상 일들이 잘 풀린다면 좋겠다.

전체관람가용 ‘그리움을 이겨내는 방법’ 별 7/10개. 

<리얼> (2) 남은 부분을 확인하고서, 잡지에 실을 글


<리얼>
제작비는 115억, 손익분기점는 300만명, 그러나 관객수는 47만에 그친 영화가 있다. 나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안 본, 아무도 안 봤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리얼>(Real)
2016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액션,느와르 상영시간:137분
개봉일:2017-06-28 누적관객:470,107명
감독:이사랑
출연:김수현(장태영) 성동일(조원근) 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전쟁 “나와 똑같이 생긴 놈이 나타났다”
카지노 ‘시에스타’ 오픈을 앞둔 조직의 보스 장태영(김수현) 앞에 암흑가 대부 조원근(성동일)이 카지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나타난다. 조원근의 개입으로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어느 날,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 같은 의문의 투자자(김수현)가 나타나 자금은 물론 조원근까지 해결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의문의 투자자의 등장으로 조원근과 카지노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고 이들을 둘러 싼 거대한 비밀과 음모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오직 진짜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출처: 씨네21)
(물론 영화 진행방식이 줄거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글을 읽는 데에 그리 중요하진 않기 때문에 대충 이런 영화구나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세울 것이 없어서일까 오로지 설리의 베드신만으로 홍보를 했기에 나는 이 영화의 실패를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가지 이유가 있어서 개봉 첫날에 극장에서 <리얼>을 관람하고 말았다.


첫번째로 나는 설리의 노출이 궁금했다. 그동안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무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예능에 나와서 적당히 소녀스런 모습을 보이던 걸그룹의 멤버인 설리가 돌연 아이돌 활동을 중단한 이후에 직접 베드신을 찍다니. 나는 그녀가 이전과 너무 상반되는 행보를 보여서 깜짝 놀랐다. 충격적이면서 새로운 소식이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아이돌이라는 두터운 포장지가 벗겨지는 순간을 나는 하루라도 일찍 마주하고 싶었다.


두번째로 영화가 망작이라는 걸 사전에 알고 보면 나름의 특이한 재미가 있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 골치 아프게 판단할 필요 없이 비웃을 수 있다는 것이 망한 영화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보고 화가 난 관객들의 평이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관객은 거의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리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영화보다 재미있는 감상평들이 인터넷에 쏟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의 영화를 직접 보면 그 유머의 흐름에서 남다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의 작품성이 경악스러운 수준일수록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데, 그렇게 되면 일단 티켓값은 한다. 내가 영화를 보러 간 당일 아침 일찍부터 <리얼>이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의 흥분 상태에 돌입했다.


세번째로 사람들이 다들 망작이라고 칭하는 영화에서 의외로 괜찮은 구석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다. 도시에서 물이 콸콸 나오는 수도꼭지를 트는 것보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서 죽어가다가 오아시스를 찾았을 때가 더 좋다고 하면 다들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꿈을 위해 이 거대한 실패를 직접 극장에서 마주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었다. 적어도 기대하고 봤다가 애매한 퀄리티에 실망하게 되는 여느 영화들보다는 <리얼>이 내게 좀 더 흥미로운 실패 사례였다.


그런데 맙소사, 영화가 너무 별로였다.
첫번째 문제는 가뜩이나 꼬인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어 꼭 필요했던 부분들을 이 영화는 과감한 건지, 멍청한 건지 그냥 삭제해 버렸다. 이사랑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뭐지?’ 하는 아리송한 느낌을 갖게끔 의도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패기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영화가 최소한 알아들을 수 있게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1부 ‘탄생’을 보고 대다수의 관객들 역시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역시나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두번째로 대본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 내가 들은 배우들의 대사는 전부 어색했다. 그래서 연기 자체도 지켜보기가 너무 불편했다.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도 안 쓰는 단어, 말투로 대사를 쓰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다.


세번째로 액션 씬을 되게 못 찍는다.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느와르이다. 그런데 액션을 못 찍는다? 말 다했다. 정확히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나오는 첫 액션 씬은 최악이다. 칼을 든 괴한들이 자동차 안의 장태영(김수현)을 습격하는 장면이었는데, 카메라가 자동차 주위를 어수선하게 뱅뱅 돈다. 가뜩이나 조명이 어두워서 누가 누구인지도 구별이 안 되는데, 눈에 힘을 주면 겨우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움직임마저도 차체가 다 가려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악당 소굴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타격감이 매우 구리다. 귀를 의심케 하는, 살면서 처음 들어본 구린 소리가 타격음으로 삽입된다. 또 여기서 모든 악당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장태영의 펀치 한 번에 나가떨어진다. 그러다가 원펀치 액션이 채 끝난 것 같지도 않은데, 어중간한 지점에서 편집을 해서 바로 악당 소굴이 불타는 장면, 그리고 건너편 건물에서 태연하게 두 명의 장태영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안 맞는 장면들을 억지로 이어붙인 것이다. 이쯤하니 꽤 너그러운 나도 남은 부분이 어떻게 돌아갈지 확실히 예상이 갔다. 그래서 나는 러닝타임을 한시간 남기고 바로 극장을 나와버렸다. 티켓 값이 아까웠지만 나는 중간에 나왔기 때문에 60분 정도 되는 시간을 번 것이다.


승리자의 기분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리얼>의 평들을 읽어보는 것도 잠시, 영화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이들이 문제삼는 영화 끝부분의 충격적인 액션씬 때문이다. <리얼>의 티켓을 끊어놓고도 그 엄청난 장면을 보지 못 했다는 점은 마음 속의 짐으로 남았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고려대학교 내 방송국 KUBS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5시 반부터 6시까지 방송되는 [시네: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리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잘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궁금증 하나쯤 해결하는 것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미처 보지 못 했던 <리얼>의 후반부로 끌려왔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모두가 경악했던 영화의 후반부에서 의외로 괜찮은 점 하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를 찾다 포기한 내가 드디어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쥐어짜낸 장점 하나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게 항상 나쁘게 대하다가 가끔 잘 해주는 사람한테 마음이 가는 것처럼.. 아무튼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장점 하나가 바로 볼거리이다. 더럽게 재미없는 영화지만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꽤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모두가 오프닝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화려한 쓰레기일지라도.. 그 화려함에서 오는 시각적 쾌감만은 인정한다.


첫번째 볼거리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주목하는 배우는 딱 두 명일 것이다. 김수현과 설리이다. 김수현은 어떤 영화에서도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등장한 적이 없고, 맡고 있는 역할조차 다양하기에 그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면 만족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수현과 설리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파격적인 노출까지 감행했다. 이들의 노출이 내용 진행에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두번째 볼거리는 색조명이다. <리얼>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라면 보통의 영화에선 허용되지 않는 특이한 조명을 칠 수 있다. 덕분에 영화에 담긴 밤의 도시는 붉은색과 청록색 계열로 떡칠되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미지가 너무 과잉되었다는 시선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화려한 이미지가 시원시원하게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마지막 볼거리는 바로 신개념 액션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액션 시퀀스가 바로 결말부에 나온다. 장태영은 카지노를 공격하는 악당들을 마약에 취한 채로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때려눕히는 환상에 빠진다. 이번에는 펀치가 더 강력해진 건지, 악당이 벽까지 날아가서 벽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장태영은 이제 총에 맞아도 저절로 치유까지 된다. 드래곤볼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러다 수족관의 유리가 깨지고 카지노가 물바다가 되면서 <리얼>을 불구덩이로 내몰았던 그 악명높은 ‘발레 시퀀스’가 나온다. 장태영은 이제 붉은 양복을 입고 발레를 시작한다. 동작 하나하나가 액션이 되고, 장태영의 몸이 채 닿지도 않은 악당들이 여기저기 나가떨어진다. 끝까지 치닫는 극의 진행때문에 극장은 웃음바다가 되었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장면 자체는 볼만했다.
이 장면은 어떤 영화에서도 시도할 수 없는, <리얼>이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하지만 정도껏 해야 한다. 이 영화에 헛되이 시간과 노력을 바친 인재들이 차라리 김수현과 함께 15초 정도의 짧은 광고를 만들었다면 반응은 정반대였을 것이다. 아니 그냥 이중인격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다 집어치워버리고 김수현, 설리의 2시간짜리 영상 화보집을 만들었어도 이것보단 나았을 것이다.
내용은 이해하려고 해봐야 어차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시나리오 같지도 않다. 그저 김수현을 데리고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싶었나 보다. 당연히 해외시장에서도 일은 잘 안 풀렸다.
나는 볼거리를 이 영화의 장점으로 뽑았지만 누군가가 이 영화의 예쁜 장면들을 모은 편집본을 유투브에 올린다면 당연히 그걸 보는 게 낫다. 안 올라온다면 그냥 페이스북에 떠도는 ‘기분 좋아지는 영상’ 류의 것을 보는 것도 좋다. 젤리를 자르고.. 정리정돈하고.. 기계가 돌아가고.. 이런 영상 말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액체괴물 동영상을 137분 보는 게 더 낫다. (액체괴물 비하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