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해당 해 전체 부문을 싹쓸이 수상해서 전설로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예전부터 이 영화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용기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1000원을 내고 <잭
앤 질>을 구매해 감상했습니다.
줄거리 소개.
추수감사절을 맞아 광고 기획자인 잭(아담 샌들러)의 가정에 못생기고 예의없는 쌍둥이 여동생 질(여장한 아담 샌들러)이 눌러앉습니다.
잭은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라 외로움에 빠진 질을 위해 소개팅 사이트를 이용하지만 그녀는 더 우울해질
뿐입니다.
그러다 잭이 광고에 섭외하려고 혈안이 된 알파치노가 질에 반해버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파치노를 원치 않고, 잭은 어떻게든 이 둘을 이어보려
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최악의 영화 명예의 전당 자리에 오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도 분명 애매한 영화이긴 하지만, 다른 애매한 실패작들에 비해
결코 심하게 뒤쳐진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른 못 만든 영화도 많은데 왜 하필 이 영화가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10관왕
수상을 거머쥐었는지 납득이 안 갑니다.
알 파치노의 변신이 너무 파격적이었던 걸까요?
영화를 보는 기분은, 그냥 SNL 한
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노는 시간에 누가 틀어줬던 SNL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잭 앤 질>을
보면서 몇 장면에서 소리내어 웃었다는 사실에 지금 자괴감이 들긴 하네요..
영화는 꽤 일찍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로 질이라는, 대체 누가 그녀에게 사랑을 줄까 싶을 정도로 매력없는
캐릭터가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때문이죠.
별 생각 없이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저는 질이라는 캐릭터에 어느정도
진지하게 빠져들었습니다.
고모는 아이가 없냐는 조카의 질문에 애써 당당한 척 대답하는 질에게 연민이 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몰래 도망가 버렸지만 바보같이 끝까지 그를 믿으려
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저는 사랑 경쟁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도태된 루저 캐릭터 질의 인생이,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이러한 루저 감성까지도 가족주의 안으로 급하게 끌어모으려 했기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질이라는 저 괴상한 여자에게 어떻게든 억지를 써서 짝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극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happy한 엔딩이라고 각본가는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 제 생각에도 돈 벌어야 하는 상업영화 만들려면 이렇게 결말을 맺는 것이 제일 간단해 보이기도 하구요..
결정적인 얘기를 해드릴게요.
이 영화가 의외로 실망스럽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굳이 시간내어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습니다.
대부분의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그렇듯, 적당히 웃겨주고 적당히 집중시키다가
적당히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공감할 만한 가족주의를 건드리고 끝냅니다.
아마도 이건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봤는지 안 봤는지도 모르는 그런 영화들 중의 한 편이 되겠죠.
궁금하지만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영화를 대신 리뷰한다는 점에서 [시네:망] 프로그램에 잘 맞는 영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한주의 한줄평.
별점 4/10
최악의 영화라 하기엔 나름 볼 만하다. 그래서 최악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떼어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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