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요약.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피자 봉고차에서 살게 된지 한달째인 이레. 부동산에서
‘평당 500만원’이라는
전단지를 보고 5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녀는
단짝친구와 함께 노부인의 개 월리를 훔쳐 500만원을 받아내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월리를 노리는 자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일러) 월리가 노부인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은 지소는 월리를 구해내 노부인에게 사실을 밝히면서 돈을 받지 않고 데려다 준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노부인은 지소네 가족에게 작고한 아들의 집을 전세 500만원으로 판매한다.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적 요소 없었다.
시나리오가 촘촘하다. 조연 캐릭터들이 사건에 잘 어우러진다. 사건의 진행 또한 매끄럽다.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일 줄은 몰랐다.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개봉 당시 스크린 수를 얼마 얻지 못 했던 개훔방.
일부러 개훔방을 보러 가는 관객들, 일부러 상업영화인 개훔방 스크린을
열어주는 예술영화관이 난 의아했다.
나는 이 영화에 흥미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빵빵하지만 관심있는 배우는 아무도 없고
전체관람가 영화를 내가 잘 못 본다..
그리고 ‘평당 500’이라는
소재가 유치해보였다.
그런데 울었다. 나를 울게 한 영화는 꼭 기억해두는 편이다.
1.
집을 나간 강아지도, 자기 아버지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만들어낸 자기암시처럼 들렸다. 이렇게
이 슬픔을 이겨냈구나. 불쌍하고 짠했다. “집을 나가긴 한건데
길을 잃어버려서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는 언젠가 길을 찾아서 집에 돌아올 거예요. 월리도 그렇고요.”
2.
아무리 힘들어도 그건 잘못이라는 김혜자 선생님의 말씀.
“힘든 시간들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지소야 그건 변하지 않아.” 좋게
타이르는 용서의 과정. 억지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감정. 정말 소중한 감정이다.
인물들 저마다의 상실을 보았다.
지소 : 아버지와 집의 부재
엄마 : 남편과 집의 부재
노부인 : 남편과 아들과 월리의 부재
대포 : 딸과 집의 부재
지소는 부정한 방법을 썼다가 이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소원>이라는 영화에도 나왔었는데 연기 자연스럽게 한다. (아이답지
않다는 느낌도 받는데 아이다운 행동과 말투가 무엇인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석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에 좀 더 가깝다.)
엄마는 두 남매를 책임지는 생활꾼. 지소가 그녀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녀 또한 남편을 잃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적인 화해.
노부인은 초반에는 공공연하게 자기의 슬픔을 알리지 않는 비밀스러운 인물로 등장한다. 후반부에 가서야 조카의 입을 통해 남편이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림을
통해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지소에게 털어놓는다. 화가의 길을 걷고자 해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들이
집을 나가고 얼마 가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집에 있던 월리가 아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 그런 월리마저 떠나자 상심한 그녀는 월리가 남편처럼, 아들처럼
집을 나간 것이라고 찾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지소의 설득으로 월리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더>로만 김혜자의 연기를 접했는데 이렇게 보니 색다르다. 이 사람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이 있다. 부르르 떨며 이야기하는
느낌.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과잉된 느낌이 없었다.
대포의 사정이 정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노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부끄러워 딸을 그동안 만나러 가지 못 했다. 돈이라는 가치보다 다른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무료로 기계를 수리해 주기도 한다. 도움만 받는 존재였던 지소의 조언에 언젠가는 딸을 만나러 갈 지도 모르는 식으로 결말을 열어놓음. 등장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정보도 적지만 이 영화에서 사건 진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 바람처럼 떠나가는 영웅 같은 이미지.
한줄 정리.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너무 판타지스럽다. 청소년 소설이 원작이라서
그런지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게 나온다. 이대로만 세상 일들이 잘 풀린다면 좋겠다.
전체관람가용 ‘그리움을 이겨내는 방법’ 별 7/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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