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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늘 영화> 윤성호, 구교환





1. 백역사

윤성호 감독의 영화다! 영화!
영화란 것을 그리 대단한 것으로 소비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윤성호 자신도 이제는 영화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섞이는 걸까?
그래도 언젠가는... 멋지게 장편영화로 컴백하길 기다리고 있다.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연출력이 좋았던 작품이다.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영화 보다 모텔 가는 이야기를 이렇게 잘 찍을 수가 있을까!
자전거를 타는 남자, 귀엽게 흘러나오는 음악, 어수룩한 분위기.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꺼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여배우 의상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갈아입었다.







2. 뇌물

<오늘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작품.
내가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이 단편의 표절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뇌물>을 보고 나니 형식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형식을 달리 구상중이다.

세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별로였다.
결국에는 영화감독과 배우의 스캔들, 비평가 조롱 정도의 농담선에서 끝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예뻐서 다행이었지 늘어지는 술자리 씬, 선배 감독에 대한 열등감, 묘한 성적 분위기는 뻔하고 유치하기까지 했다.
마트료시카같은 형식과 내용도 아예 따로 논다.
형식에 맞는 내용, 아니면 내용에 맞는 형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3. 연애다큐

연출이 아쉬웠지만 세 단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실제 등장인물들이 들고 찍은 영상을 삽입하고 본명을 사용해 마치 실제같은 느낌을 주지만
인공적인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감정이 깨진다.
처음에는 실제 사람들의 연애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100%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실제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잠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극영화다.

연애 다큐를 찍는다는 설정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들이 부족해 오히려 초라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두 연인이 이별하게 되었던 그 이유가 납득이 안 갔다. 정말 예술취향 때문에?

마지막 장면.
산산이 부서진 도자기 조각들을 본드로 붙여 온 교환.
여자친구 앞에서 자신이 생각해낸 그 도자기의 의미를 말한다.
"안 예쁘잖아.."
와장창!(이 부분에서 도자기가 좀 더 멋지게 깨졌더라면.. 하는 아쉬움)
이 대사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구교환이라는 배우이자 감독이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2016년 1월 21일 목요일

<프랑스 영화처럼> 신연식 감독 옴니버스 영화

1월 7일 광화문 씨네큐브. <프랑스 영화처럼> 시사회.
정말 좋은 영화를 두 편이나 만난 날. 기분이 좋았다.


타임 투 리브

장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에는 감정을 쌓아올릴만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1박 2일의 촬영기간은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담기 충분치 않다.
어머니와 네 딸들이 나눴을 좋은 이야기, 그들이 먹었을 좋은 음식들이 생략된 것이 무척 아쉽다.
장편으로 만들었더라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지 참 궁금하다.

또 네 딸들의 캐릭터가 다들 비슷비슷하고 분명치 못했다는 친구의 말에 동감!





맥주파는 아가씨

네 편의 단편 중 가장 아쉬웠던 영화.
술집에서 뭔가 해 보려는 남자들 얘기.
신연식 감독이 고등학교 때 쓴 연극 느낌의 각본이라고 한다.
하나의 작은 콩트.

자기 진심은 그렇게 알아달라면서 남의 진심을 모르냐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행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나와 다솜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구는데
안 착한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이 눈여겨볼 점.




리메이닝 타임

네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타임 투 리브>가 장편이 더 나았을 영화라면
<리메이닝 타임>은 장편으로 반드시 찍어야 하는 영화이다.
100일의 시간밖에 함께할 수 없는 연인.

<리메이닝 타임>을 장편화한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연인의 자식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면 재밌을 것 같다.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온 자식은 어머니로부터 '젊었을 적 점 본 얘기'를 듣게 되고
극적으로 아버지와 재회한 자식은 다시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를 이어 준다.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진짜로 100일 뿐이었고
이들은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다 죽는다.

좀 극단적인데.. 더 감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소재이다.
100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 아이디어로 장편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스티븐연 배우의 한국말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프랑스 영화처럼

옴니버스를 엮은 표제 <프랑스 영화처럼>과 동명의 단편.
신연식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이유미 배우가 성인의 모습으로 나와 반가웠다.
이 각본도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썼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파는 아가씨>에 등장한 다솜이 여기에 전혀 다른 이미지의 인물로 출연한다는 점.
그렇지만 이 둘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점.
마침 다솜이 언급하는 '평범한 삶'이라는 단어가 이 둘을 엮어 주고 있다.
다른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붙여 볼 수 없는 것도 아닌 그림.
단편과 단편을 붙였을 때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재미. ex)<옥희의 영화>

<맥주파는 아가씨>를 보고선 '남자는 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프랑스 영화처럼>까지 보고 나니 '여자는 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을 모으면 그 중에서 몇 개 빵꾸가 있기 마련인데
아쉬운 작품은 있어도 다들 좋은 단편이었다.
생각해 보면 신연식 감독의 영화는 한 편 걸러 한 편 좋았던 것 같다.
<러시안 소설>과 마찬가지로 화면이 되게 예쁜 영화였다.
조명 때문인건지 보정을 잘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부드럽고 예쁜 질감이었다.
다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ㅎㅎ

극장에서 신연식 감독을 보았지만 관객들 앞에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한 번 인사라도 해 주지..






2015년 12월 16일 수요일

<그들 각자의 영화관> 다르덴 형제, 장예모, 올리비에 아사야스

'영화관'을 소재로 각국 거장들이 모여 만든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
10월 9일 집에서 감상.
거장들이 모였지만 되게 재미 없었다.
거장들이 모여서 재미가 없었던 걸까? 흠흠..
인상적이었던 세 편의 단편을 꼽아본다.



다르덴 형제

어둠. 약 2분 30초. 클로즈업으로 원신 원컷.
남자가 극장을 기어가다가 어떤 여자의 좌석에 도착해 몰래 가방을 뒤진다.
여자는 흐느낀다.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놀란 남자의 손을 자기의 뺨에 갖다댄다.
앞만을 바라보는 여자.

기대. 이 남자는 왜 극장을 기어다니며 도둑질을 하고 있을까?
반전. 여자는 남자와 아는 사이인 듯 하다.
의문. 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여자는 남자와 무슨 사이이길래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단서들을 조합해 봐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느낌이 참 좋았다.
숨죽여 보게 되는 긴장감.


내가 추론해낸 스토리는 이렇다.

극장에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며 살아가던 남자.
그와 사랑을 하던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
그녀는 그가 너무 그리워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아간다.
여느 때처럼 도둑질을 하던 남자는 우연히 여자와 조우한다.

내가 보기엔 이 이야기가 좀 그럴듯해 보여도, 진짜 이야기는 생판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다르덴 형제가 영화관의 '느낌'만을 가지고 한 장면을 만들었을수도 있다.
그래도 이 단편은 짧은 시간을 가지고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그 점이 나는 좋았다.





장예모

영화 보는 날. 약 3분.
마을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라 들떠 있는 사람들.
아이는 기다리는 시간이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기다림이 지루하기도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화가 시작한다!
그런데 글쎄, 아침부터 기다려서 겨우 영화가 시작하니까 아이는 잠들어 있다.


하루를 꼬박 기다려 겨우 영화가 시작했을 때 즈음 잠이 드는 아이.
매우 특별한 감성.
이런 순간을 영화 속에 담아낼 생각을 했다니!
'영화관' 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사람이라면 분명
영화와 관련해 즐거운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만 같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쇄도. 약 3분 30초. 핸드헬드 가까이서.
극장에서 어느 커플에게 몰래 접근해 여자의 가방을 훔쳐가는 소매치기 남자.
극장에서 나온 여자가 애인의 휴대폰으로 자기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 전화를 받는 소매치기, "나야."

'오인'의 모티프가 정말 좋았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기대. 여자의 전화를 받는 소매치기범. 그는 과연 어떻게 될까?
반전. 소매치기범은 사실 여자의 옛 애인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국에 내가 단편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몰입이 아닌가 싶다.





또다른 세계 감독들이 모여 만들어낸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가 있다.
그 때도 마음에 드는 단편 세 개를 꼽았는데 세 단편의 특징은 각각 이렇다.
1. 센스있는 연출과 흡인력, 풍부한 이야기
2. 놀라운 반전
3. 절제

이번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꼽은 세 단편의 특징은 이렇다.
1. 흡인력, 풍부한 이야기, 반전
2. 특별한 감성
3. 흡인력, 반전

나중에 단편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흡인력 있고 반전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