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역사
윤성호 감독의 영화다! 영화!
영화란 것을 그리 대단한 것으로 소비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윤성호 자신도 이제는 영화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섞이는 걸까?
그래도 언젠가는... 멋지게 장편영화로 컴백하길 기다리고 있다.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연출력이 좋았던 작품이다.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영화 보다 모텔 가는 이야기를 이렇게 잘 찍을 수가 있을까!
자전거를 타는 남자, 귀엽게 흘러나오는 음악, 어수룩한 분위기.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꺼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여배우 의상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갈아입었다.
2. 뇌물
<오늘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작품.
내가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이 단편의 표절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뇌물>을 보고 나니 형식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형식을 달리 구상중이다.
세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별로였다.
결국에는 영화감독과 배우의 스캔들, 비평가 조롱 정도의 농담선에서 끝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예뻐서 다행이었지 늘어지는 술자리 씬, 선배 감독에 대한 열등감, 묘한 성적 분위기는 뻔하고 유치하기까지 했다.
마트료시카같은 형식과 내용도 아예 따로 논다.
형식에 맞는 내용, 아니면 내용에 맞는 형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3. 연애다큐
연출이 아쉬웠지만 세 단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실제 등장인물들이 들고 찍은 영상을 삽입하고 본명을 사용해 마치 실제같은 느낌을 주지만
인공적인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감정이 깨진다.
처음에는 실제 사람들의 연애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100%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실제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잠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극영화다.
연애 다큐를 찍는다는 설정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들이 부족해 오히려 초라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두 연인이 이별하게 되었던 그 이유가 납득이 안 갔다. 정말 예술취향 때문에?
마지막 장면.
산산이 부서진 도자기 조각들을 본드로 붙여 온 교환.
여자친구 앞에서 자신이 생각해낸 그 도자기의 의미를 말한다.
"안 예쁘잖아.."
와장창!(이 부분에서 도자기가 좀 더 멋지게 깨졌더라면.. 하는 아쉬움)
이 대사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구교환이라는 배우이자 감독이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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