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소재로 각국 거장들이 모여 만든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
10월 9일 집에서 감상.
거장들이 모였지만 되게 재미 없었다.
거장들이 모여서 재미가 없었던 걸까? 흠흠..
인상적이었던 세 편의 단편을 꼽아본다.
다르덴 형제
어둠. 약 2분 30초. 클로즈업으로 원신 원컷.
남자가 극장을 기어가다가 어떤 여자의 좌석에 도착해 몰래 가방을 뒤진다.
여자는 흐느낀다.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놀란 남자의 손을 자기의 뺨에 갖다댄다.
앞만을 바라보는 여자.
기대. 이 남자는 왜 극장을 기어다니며 도둑질을 하고 있을까?
반전. 여자는 남자와 아는 사이인 듯 하다.
의문. 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여자는 남자와 무슨 사이이길래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단서들을 조합해 봐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느낌이 참 좋았다.
숨죽여 보게 되는 긴장감.
내가 추론해낸 스토리는 이렇다.
극장에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며 살아가던 남자.
그와 사랑을 하던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
그녀는 그가 너무 그리워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아간다.
여느 때처럼 도둑질을 하던 남자는 우연히 여자와 조우한다.
내가 보기엔 이 이야기가 좀 그럴듯해 보여도, 진짜 이야기는 생판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다르덴 형제가 영화관의 '느낌'만을 가지고 한 장면을 만들었을수도 있다.
그래도 이 단편은 짧은 시간을 가지고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그 점이 나는 좋았다.
장예모
영화 보는 날. 약 3분.
마을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라 들떠 있는 사람들.
아이는 기다리는 시간이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기다림이 지루하기도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화가 시작한다!
그런데 글쎄, 아침부터 기다려서 겨우 영화가 시작하니까 아이는 잠들어 있다.
하루를 꼬박 기다려 겨우 영화가 시작했을 때 즈음 잠이 드는 아이.
매우 특별한 감성.
이런 순간을 영화 속에 담아낼 생각을 했다니!
'영화관' 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사람이라면 분명
영화와 관련해 즐거운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만 같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쇄도. 약 3분 30초. 핸드헬드 가까이서.
극장에서 어느 커플에게 몰래 접근해 여자의 가방을 훔쳐가는 소매치기 남자.
극장에서 나온 여자가 애인의 휴대폰으로 자기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 전화를 받는 소매치기, "나야."
'오인'의 모티프가 정말 좋았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기대. 여자의 전화를 받는 소매치기범. 그는 과연 어떻게 될까?
반전. 소매치기범은 사실 여자의 옛 애인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국에 내가 단편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몰입이 아닌가 싶다.
또다른 세계 감독들이 모여 만들어낸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가 있다.
그 때도 마음에 드는 단편 세 개를 꼽았는데 세 단편의 특징은 각각 이렇다.
1. 센스있는 연출과 흡인력, 풍부한 이야기
2. 놀라운 반전
3. 절제
이번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꼽은 세 단편의 특징은 이렇다.
1. 흡인력, 풍부한 이야기, 반전
2. 특별한 감성
3. 흡인력, 반전
나중에 단편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흡인력 있고 반전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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