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케이 팩스> 끔찍한 가족주의





로버트 포터의 아내와 딸은 강도에 의해 강간,살해당했다.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그 강도를 죽이고 말았다.
로버트 포터가 겪은 이 불운의 사고를 마침내 알게 된 의사는 집으로 돌아가 잠든 아이들을 지긋이 지켜본다.
그리고 아내에게 가 흐느끼며 그동안 가족에 소홀했던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확인하려는 이 장면을 본 나는 기분이 바로 나빠졌다.

이 영화는 로버트 포터의 '불우한 사연'을 강도 사건으로 채워넣었을 뿐, 그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눈곱만큼의 배려도 없는 영화이다.
관객들이 아무리 프롯이 외계인이냐 아니냐를 논해봐도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는 없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을 한 명의 미치광이로 만들어 입 다물게 하고
남은 사람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을 지키라는 식의 끔찍한 가족주의를 끼얹는 데서
나는 이 영화의 아무런 고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이 영화는 끔찍하다.

2017년 1월 8일 일요일

<스트레이트 스토리> 린치 나름의 실험작

린치의 영화 중 가장 튀는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보았다.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실화
월트 디즈니가 드리는 올겨울 최고의 선물!
데이빗 린치 감독의 생애 최고의 여행이 시작된다

위 멘트가 실제 네이버 영화란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카피이다.
그나마 린치스럽다고 딱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노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다.



할아버지의 말씀 1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게 가족이다!



할아버지의 말씀 2
젊은 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제일 괴로운 일이지...



할아버지의 말씀 3
형제밖에 없다네...


가족주의 미쳐부러~

2017년 1월 7일 토요일

2016년 영화결산

진한 글씨는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영화들이다.


1월
킹 오브 썸머
대학살의 신
시리어스 맨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유스
인 더 풀
프랑스 영화처럼
자유의 언덕
화장
암살
리얼 술래잡기
설리에 관한 모든 것
엘리펀트 맨
텐텐
러브 앤 피스
남과 여
블루 벨벳
어둠의 표적

2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사랑의 블랙홀
초속 5cm
잉투기
억셉티드
데드풀
피아니스트
캐롤
트레인스포팅
아버지의 이메일
추격자

3월
동주
도니 다코
극장전
셜록 주니어
비기너스
셰임

4월
펀치 드렁크 러브
나쁜 피
낮술

5월
애니 홀
밀월도 가는 길
프라이멀 피어
브로크백 마운틴
조디악
곡성
이레이저 헤드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강원도의 힘
비디오드롬
디센트

6월
마이 플레이스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
솔라리스
아가씨
127시간
모두가 초능력자
자유의 언덕
트리 오브 라이프
슬리핑 뷰티
에이리언 2
로스트 하이웨이

7월
더 랍스터
트라이브
빈집
무간도
메이즈 러너
도그빌
데몰리션
부산행
감기
28일 후
고령화가족
액트 오브 킬링
여자를 사랑한 남자
신나는 일요일

8월
새벽의 저주
수어사이드 스쿼드
선샤인
자객 섭은낭
영 앤 뷰티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조용한 가족
프랭크
서울역
시발놈: 인류의 시작
디렉터스 컷
도쿄 트라이브
철남
자유의 언덕

9월
오늘영화
올드 데이즈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
브라질
파고
넘버 3
이블 데드
킬 빌
팔로우
스위밍 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엘레지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악어
와이키키 브라더스
현기증
블레이드 러너
개를 문 사나이

10월
로리타
서유기: 월광보합
부기 나이트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칠드런 오브 맨
그물
비포 미드나잇
맨 인 더 다크
소셜포비아
사라진 기억
늑대아이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용서받지 못한 자
기쁜 우리 젊은 날
비스티 보이즈
써스피리아
열차 위의 낯선 자들

11월
닥터 스트레인지
돌연변이
빅 피쉬
한여름의 판타지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위대한 소원
4등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광란의 사랑
모노노케 히메
노트북
에드 우드

12월
이터널 선샤인
조도로프스키의 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바보선언
숏버스
트윈 픽스 극장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라라랜드
엘 토포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내일을 위한 시간
롤라 런


베스트: 유스, 트레인스포팅, 나쁜 피, 조디악, 마이 플레이스, 부산행, 영 앤 뷰티풀, 이블 데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개를 문 사나이, 부기 나이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에드 우드, 숏버스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0. 삼천포 가는 길(윤성호 단편영화)
1. 트레인스포팅
2. 유스
3. 영 앤 뷰티풀

4. 마이 플레이스
5. 부기 나이트
6. 숏버스
7. 조디악

8. 개를 문 사나이
9.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0. 와이키키 브라더스
11. 나쁜 피
12. 부산행
13. 올드 데이즈
14. 에드 우드
15.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16. 이블 데드


중복감상을 포함해서 장편 152편이다.
약 10% 정도의 타율.
작년에 1/6정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보다 45편은 더 봤지만 리스트에 넣을 만한 영화는 한 편이 줄었다.

친구와 2016년 각자의 베스트 영화 목록을 비교해 보았는데
친구의 리스트에는 누가 봐도 반박하지 않을 걸출한 작품들이 담겨있었다.
내가 그런 영화들을 안 본 것도 아니지만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위 리스트가 2016년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이다.
리스트를 보면 내 취향이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위권에는 야한 영화, 하위권에는 좀비영화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나는 얼마 전 영화감독의 꿈을 접었다.
이제는 영화를 봐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조금 벗어났다.
2017년에는 억지로 많은 영화를 보면서 시간낭비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깊이 한번 파 보려고 한다.
2016년에 내가 좋아했던, 또 그 이전에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을 찬찬히 다시 볼 것이다.
이제는 똑같은 영화도 연속해서 보려고 한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이제는 20여편에 달하던 밀린 영화리뷰를 다 끝내서 마음이 편하다.

리스트에는 그의 작품이 한 편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올해의 감독도 여전히 데이빗 린치다.
그는 드라마는 거들떠도 안 보던 내가 트윈 픽스를 보게 만들었다.
그것도 시즌 1, 2 전부!
상반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트윈 픽스를 보면서는 린치에 푹 빠져 살았다.
나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감독을 당당히 지지하려 한다.

결국 나는 영화에서 나를 본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는 그 시기의 나와 닮아 있다.
이제는 꼭 영화가 아니라도 뭐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신작
유스
프랑스 영화처럼
리얼 술래잡기
러브 앤 피스
데드풀
캐롤
동주
곡성
아가씨
모두가 초능력자
데몰리션
부산행
수어사이드 스쿼드
자객 섭은낭
서울역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올드 데이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그물
맨 인 더 다크
닥터 스트레인지
위대한 소원
4등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나, 다니엘 블레이크
라라랜드

26편이다.
나쁜 작품들이 너무 많았다.
점점 개인적인 이유로 남들의 취향과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생각보다 소노 시온 영화가 많다. 무려 네 편이다.
그의 영화는 <두더지>만 유별나게 좋았던 것으로 하자.

<트윈 픽스 : FIRE WALK WITH ME>(극장판) The Missing Pieces와 함께



미드 [트윈 픽스]의 프리퀄 극장판. 로라가 죽기 이전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 세세히 다룬다. 리랜드 파머와 킬러 밥의 정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게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드라마에선 나오지 않던 리랜드의 일상이 꽤 충격적이었다. 그는 어린 여자들과 매춘을 일삼으며 자기 딸 로라까지 건드리는 사람이었다. 첫번째 피해자는 로라 파머와 아는 사이라서 리랜드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하지만 로라를 죽이는 그 순간에도 리랜드는 킬러 밥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말아달라며 절규한다. 밥이라는 존재에 정신이 잠식되어 이중인격자가 되어버린 것. 여전히 밥이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빈칸으로 둔다. 나는 그 점이 좋다. 파일럿 에피소드 촬영 중 즉흥적으로 예정에도 없던 프랭크 실바를 섭외해 밥을 만들어낸 것이 트윈 픽스의 신의 한 수이다. 트윈 픽스의 검은 오두막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내가 아는 한 '미스테리' 장르에 가장 어울리는 설정이다.

몇 년 전 출시된 트윈픽스 극장판 블루레이 디스크에는 90분 가량의 삭제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자막은 없지만 팬심으로 이것도 지켜보았다. 내용 이해에 필수적인 장면은 없었다. 드라마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 이후의 장면이 짤막하게 들어가 있다. 극장판에 등장한 반지가 애니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 밥의 살인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거울에 머리를 박았던 쿠퍼는 앞으로도 검은 오두막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2017년 1월 6일 금요일

영드 [스킨스] 시즌 1




첫번째 에피소드가 눈길을 확 끈다. 파격적인 노출, 대담한 소재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하다. 더 자극적인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후반 에피소드에서는 인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듯하지만 이것 역시 재미가 별로 없다. 다만 주요 인물들이 처한 아슬아슬한 상황을 결국엔 파탄내고야 마는 결말이 신선하다. 궁금해서 어쩌면 다음 시즌을 꺼내볼 날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