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4일 토요일
<은하해방전선> 나의 10대를 장식한 영화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나서 내 베스트 목록을 지워버렸다.
예전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이상하게 내가 동아리 하면서 고르는 영화들은 다시 보면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의리로 보는 영화 <은하해방전선>.
나중에 내 10대를 장식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심리라고 한다면..
인디이기때문에 좋아했고 또 매력을 찾았던 아웃사이더 감성이다.
요즘의 나는 인디를 그다지 찾지 않는다.
재밌는 게, <은하해방전선>이라는 쬐끄만한 이 영화는 볼 때마다 항상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는 지금까지는 보지 못 했던, 영재의 감정선에 따른 편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작 영화에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부국제를 찾은 영재의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영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헤어진 여자친구 은하와의 기억들이 돌출되는 식이다.
자기가 보는 영화에 '첫 섹스'에 관한 대사가 나와서 이어지는 어린시절 회상 씬에 '영재가 첫 섹스를 하기 15년 전'이라는 자막이 뜨는가 하면, 동료들과 섹스 얘기를 하다가 은하와 섹스하던 때로 장면이 넘어가고, 섹스 얘기를 하다가 말다툼했던 다른 때로 또 점프하기도 한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 산만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편집방식때문이 아닐까.
서사보다는 감정의 흐름이 중요했다.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좋은 영화라고 사람들한테 추천하진 못 하겠다.
영화 그 자체가 뛰어나다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내 마음을 움직인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좋아한다.
동아리에선 이 영화를 놓고 선배와 둘이서 얘기했는데 그리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서로의 몰입도가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이론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객관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걸 만들어야지.
<은하해방전선>은 적어도 내게는 앞으로도 오래 볼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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