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악어> 소모임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영화
소모임에서 이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다들 바빠서 모이지 못 하고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악어> 감상은 두번째다. 이 영화를 딱히 두 번씩이나 볼 일은 없으나 그렇게 되었다.
첫번째 감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모임 이후에 느낀 것들을 정리하며 리뷰를 작성하려 했는데 이 소모임이 거의 무산되었고 이 영화를 제안한 멤버도 딱히 의지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나도 다시 안 볼 영화 굳이 다시 봤는데 미안해하지도 않으니 짜증이 나서 이 소모임에 앞으로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2014년 10월에 쓴 리뷰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그물> 김기덕의 '광장'
10월 10일, 극장에서 <칠드런 오브 맨>, <그물>, <비포 미드나잇>, <맨 인 더 다크> 네 편을 연달아 관람했다.
<그물>이 가장 볼만했다.
김기덕 특유의 단점인 투박함을 서사 속 고민거리들이 커버한다.
그물로 고기를 잡다가 배가 고장이 나 북에서 남으로 오게 된 남철우씨는 갖은 수모를 당하며 자신을 간첩이라고 믿는 자, 자신을 귀순시키려는 자들과 싸운다.
그가 밤거리에서 마주친 술집 여자는 화려하게만 보였던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보여준다.
마침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북으로 돌아온 남철우씨는 남한에서 받은 것에 맞먹는 비인간적인 취조를 받는다.
그는 북한의 체제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반기는 가족들의 품에서 웃음짓지 못 하고 자신은 고기를 잡아야 한다며 배를 타고 나가다 사살된다.
남철우씨의 딸은 그가 선물로 남한에서 가져온 곰인형이 아닌 예전부터 가지고 놀던 곰인형을 택한다.
김기덕의 <그물>은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과 유사하다.
어느 쪽의 체제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저 고기를 잡는 평범한 어부로 살고 싶었던 남철우씨의 죽음이 중립국행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든 이명준의 행보를 떠올리게끔 한다.
중요한 것은 차이점인데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남철우를 보조하는 오진우와 그를 취조하는 조사관 캐릭터 각각의 목적이 너무 맹목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실망스럽다.
류승범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깊은 표정과 연기가 무식한 인물들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중국에서의 그의 차기작은 어떨까. 기대를 걸어 본다.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빈 집> 김기덕 영화의 환상성을 보다
<활>을 보고서 새삼 김기덕식 영화 전개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마음에 들어 주위에서 추천받은 <빈 집>을 보았다. 내가 보아왔던 김기덕 영화 특징들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 하나 다른 것은 이야기가 세지 않다는 점. 흔히 사람들이 김기덕 영화에서 느끼는 불쾌함을 일으킬 만한 것이 이 영화엔 딱히 없다.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단적으로 꼬인 배경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나쁜 남자> <피에타> <활> <악어>.. 하지만 <빈 집>은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대체로 유순했던 것 같다. 센 이야기를 원했기에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빈 집>을 추천해준 형에게 이야기했다. 그 형은 김기덕 영화의 특징 중 하나로 환상성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까 <빈 집>의 후반부는 꽤나 비현실적이었다. 남자가 독방에 갇혀 투명인간술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가 꽤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허나 환상적인 요소들이 이해받기를 택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이 쏟아지니 이야기 전개를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환상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기묘한 행동들 또한 끝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다. 영화가 무턱대고 던져놓은 '느낌'들로만 보았을 때 꽤나 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그 에너지가 나를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다.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활> 어쩌면 김기덕의 이상향
김기덕의 영화에서 난 힘을 느낀다. 집중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 말이다. 김기덕의 영화 내용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싫어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작년부터 영화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는데 김기덕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면서 집중력을 다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육지와 단절된 배에서 살아가는 소녀와 노인 남성의 이야기이다. 노인은 소녀가 나이가 차서 혼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는 노인의 보금자리를 떠나려는 소녀 입장에서 주로 그려지지만, 나는 노인 쪽에 더 감정을 이입해서 보았다. 소녀는 행동에 분명한 이유가 제시되는 단순한 인물이다. 하지만 노인 쪽은 그렇지 않다. 노인이 소녀를 씻기고 성행위를 하지 않은 이유가 난 궁금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노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정도로 노인의 행동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음은 제시된다. 그러나 <활>의 포인트는 이 이상한 내용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배경음악으로 표현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활처럼 살고싶다는 다소 쌩뚱맞은 자막에서 최고조를 이룬다.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까지 활처럼 살고 싶다.
노인을 소녀에게 마냥 해악을 가하지 않는, 어찌 보면 순정파에 속하는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로 김기덕이 이 이야기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노인의 순진한 캐릭터에 김기덕을 대입해 이 영화를 그가 그려낸 판타지 즉 이상향으로 생각했다. 김기덕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죄인이지만 이렇게 해서까지 너를 사랑하겠어. 무시무시한 고백이 아닐 수 없지만 내가 봤을 때 이것이 김기덕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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