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보고서 새삼 김기덕식 영화 전개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마음에 들어 주위에서 추천받은 <빈 집>을 보았다. 내가 보아왔던 김기덕 영화 특징들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 하나 다른 것은 이야기가 세지 않다는 점. 흔히 사람들이 김기덕 영화에서 느끼는 불쾌함을 일으킬 만한 것이 이 영화엔 딱히 없다.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단적으로 꼬인 배경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나쁜 남자> <피에타> <활> <악어>.. 하지만 <빈 집>은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대체로 유순했던 것 같다. 센 이야기를 원했기에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빈 집>을 추천해준 형에게 이야기했다. 그 형은 김기덕 영화의 특징 중 하나로 환상성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까 <빈 집>의 후반부는 꽤나 비현실적이었다. 남자가 독방에 갇혀 투명인간술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가 꽤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허나 환상적인 요소들이 이해받기를 택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이 쏟아지니 이야기 전개를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환상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기묘한 행동들 또한 끝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다. 영화가 무턱대고 던져놓은 '느낌'들로만 보았을 때 꽤나 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그 에너지가 나를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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