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그물> 김기덕의 '광장'


10월 10일, 극장에서 <칠드런 오브 맨>, <그물>, <비포 미드나잇>, <맨 인 더 다크> 네 편을 연달아 관람했다.
<그물>이 가장 볼만했다.
김기덕 특유의 단점인 투박함을 서사 속 고민거리들이 커버한다.

그물로 고기를 잡다가 배가 고장이 나 북에서 남으로 오게 된 남철우씨는 갖은 수모를 당하며 자신을 간첩이라고 믿는 자, 자신을 귀순시키려는 자들과 싸운다.
그가 밤거리에서 마주친 술집 여자는 화려하게만 보였던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보여준다.
마침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북으로 돌아온 남철우씨는 남한에서 받은 것에 맞먹는 비인간적인 취조를 받는다.
그는 북한의 체제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반기는 가족들의 품에서 웃음짓지 못 하고 자신은 고기를 잡아야 한다며 배를 타고 나가다 사살된다.
남철우씨의 딸은 그가 선물로 남한에서 가져온 곰인형이 아닌 예전부터 가지고 놀던 곰인형을 택한다.

김기덕의 <그물>은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과 유사하다.
어느 쪽의 체제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저 고기를 잡는 평범한 어부로 살고 싶었던 남철우씨의 죽음이 중립국행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든 이명준의 행보를 떠올리게끔 한다.
중요한 것은 차이점인데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남철우를 보조하는 오진우와 그를 취조하는 조사관 캐릭터 각각의 목적이 너무 맹목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실망스럽다.
류승범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깊은 표정과 연기가 무식한 인물들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중국에서의 그의 차기작은 어떨까.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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