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컨택트> 신선한 각본. +고민 하나



관객을 한 쪽으로밖에 생각 못하게 속여놓고서 나중에 우쭐거리며 진실을 알려주는 영화.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관객을 못 속이는 영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컨택트>는 그런 영화 치고는 너무 좋다.
왜 좋았을까.
거짓말하는 솜씨가 유난히 좋았던 걸까?
왜 나는 배신감을 느끼기보다는 감탄을 했을까?

더군다나 나는 이 영화의 반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숨겨진 사건이 드러나는 식의 반전이 아닌, 시간을 주무르는 신선한 반전이기 때문일까.
갑작스러운 반전도 아닌, 서서히 풀려가는 반전이었다.
그리고 그 반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인류의 화합..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으나 결국엔 반전 그 자체에 찍히는 방점.
하지만 <컨택트>의 설계는 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마법같았다.

이런 아쉬움은 뒤로하고나서도 영화 자체가 나는 좋았다.
<컨택트>는 놀라운 영화였다.
미지의 존재를 다루는 손길이 너무 좋았다.
적당히 공포스럽고 적당히 위협감을 주는 외계인의 모든 것..
주인공을 언어학자로 설정해 인간과 외계인의 소통을 주 내용으로 한 것도 재미있었다.

ㄹ. 그렇게 정보 공유를 해서 열두 곳의 쉘이 준 정보를 합쳐 얻어낸 것은 무엇이었나? 시간에 관련된 것. 대체 무엇인가?
ㄹ. 루이스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얘기를 과연 이안은 못 믿었을까? 또. 이안이 자기 말을 못 믿고 떠날 걸 알면서도 루이스가 그 말을 꺼낸다고? 그렇다고 그 말을 꺼내지 않으면 다른 이유로 떠났을텐데? 이혼의 이유를 미리 알고 있음에도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의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 미래대로 그대로 흘러간다는 것은 모순이다. (내가 내일 돈까스를 먹을 거란 걸 안다면, 돈까스를 안 먹는 선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내가 내일 돈까스를 먹게 되지 않는다.)
ㄹ. 루이스가 한나를 보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헵타포드어를 배우기 이전이 아니었나? 내가 기억하는 건 미래 시점에서 서술된 한나였나?



이 영화가 좀 어렵다는 평을 듣고 이 영화 어렵냐고 친구가 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좋은 영화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
진지해지면 조용하고 느려질 수밖에 없는 걸까?
좋은 영화는 불친절할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러한 규칙들을 깨고 싶다.
씨네필과 일반 관객들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든 줄일 수는 없는 걸까.

<더 킹>에 대한 시시콜콜한 악평



오프닝은 꽤 흥미로웠으나 정권 교체 이후 영화는 급격하게 내게서 멀어져갔다.
하는 얘기 보면 누군가가 나와야 되는 사건인데 얼굴도 안 나오고 말로 설명하고 휘리릭 넘어간다.
집중도 안 되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보다가 영화가 끝이 났다.
마무리는 되게 유치했다.
결국엔 <내부자들>과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악인들을 처단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THE KING은 이 영화를 보는 바로 당신이라고.. 유치하게.. 영화랑 상관도 없는 내레이션을 하면서 결말을 열어놓는다.
꽤 만족스럽게 본 <관상>을 만들었던 한재림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영화는 별로였다.

정우성 캐릭터는 그가 걸친 권력 말고는 뭐가 있나 싶을 정도로 덜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사실 그가 가진 힘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거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두 배우가 투톱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한 쪽을 이렇게 흐리멍텅하게 그려 놓은 경우가 있었나 싶다.

두 배우의 얼굴은 너무나도 잘생겼다. 근데 멋지고 유명한 배우 쓰는 건 좋지만 그게 몰입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 메인 포스터는 대체 영화 포스터인가 맥주 광고인가 싶고, 위에 첨부한 포스터는 그냥 남성복 광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류준열. 영화 끝나고 알아보니 나이가 은근 있는 배우였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린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응팔에서 연기한 캐릭터가 학생이라 아직은 어린 이미지다. 검은 옷 입고 목소리 깐다고 해도, 십년 전에도 티비에 나왔던 조인성 옆에 붙여 놓으니 많이 어색했다.
류준열은 목숨 바쳐서 말도 안 되는 희생을 하는 캐릭터로 나오고, 그걸 멋지다고 영화는 포장한다. 그건 멋진 게 아니야.. 멍청한 거야..

이 영화는 보여주지 않고 말로 때우려는 경향이 심하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구구절절 내레이션으로 모든 걸 다 설명한다.
게다가 중심 사건이 없어 산만하기까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기대했는데 어째 이 모양이다.


내겐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2016년 1월 씨네21에 실린 한재림 감독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베테랑>에서처럼 재벌을 이길 수 없고 <내부자들>처럼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 통쾌함을 느낄 수 없다. 결국 특정 인물을 악인으로 규정해 통쾌함이나 판타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을 주려고 한다.
이 영화는 그가 밟기 싫었던 노선을 그대로 밟은 듯하다.
이 영화도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가볍게 휘발될 것이다.

2017년 2월 4일 토요일

<아메리칸 스나이퍼> 결말에 대해서



동아리에서 고른 <아메리칸 스나이퍼>.
영화는 별 생각 없이 보았는데 동아리에서 이런저런 어려운 말들이 나와서 어려웠다.
내가 본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좀 조용한 전쟁영화.
크리스 카일이 전쟁터에서 겪는 일들은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볼만했다.

그런데 크리스 카일이 돌연 다른 참전군인에게 살해당하는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크리스 카일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도 그 때 가서 알았다.
참전군인과 크리스 카일을 바라보는 아내의 불안한 얼굴, 그리고 크리스 카일의 죽음을 알리는 자막이 나오고 추모 영상이 흘러나온다.
너무 뜬금없는 일이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이야기이기에 이런 결말이 가능했던 것이다.

전쟁터에서 가정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이어가려는 그의 발목을 잡은 참전군인.
크리스 카일의 죽음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애국심? 동료를 위한 희생정신? 군인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전쟁의 참혹함?
그의 죽음 이전까지 영화는 애국심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지만
그의 죽음 이후 삽입되는 클립들은 갑자기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한다.
좀 이상했다.
이 영화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은하해방전선> 나의 10대를 장식한 영화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나서 내 베스트 목록을 지워버렸다.
예전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이상하게 내가 동아리 하면서 고르는 영화들은 다시 보면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의리로 보는 영화 <은하해방전선>.
나중에 내 10대를 장식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심리라고 한다면..
인디이기때문에 좋아했고 또 매력을 찾았던 아웃사이더 감성이다.
요즘의 나는 인디를 그다지 찾지 않는다.

재밌는 게, <은하해방전선>이라는 쬐끄만한 이 영화는 볼 때마다 항상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는 지금까지는 보지 못 했던, 영재의 감정선에 따른 편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작 영화에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부국제를 찾은 영재의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영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헤어진 여자친구 은하와의 기억들이 돌출되는 식이다.
자기가 보는 영화에 '첫 섹스'에 관한 대사가 나와서 이어지는 어린시절 회상 씬에 '영재가 첫 섹스를 하기 15년 전'이라는 자막이 뜨는가 하면, 동료들과 섹스 얘기를 하다가 은하와 섹스하던 때로 장면이 넘어가고, 섹스 얘기를 하다가 말다툼했던 다른 때로 또 점프하기도 한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 산만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편집방식때문이 아닐까.
서사보다는 감정의 흐름이 중요했다.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좋은 영화라고 사람들한테 추천하진 못 하겠다.
영화 그 자체가 뛰어나다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내 마음을 움직인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좋아한다.
동아리에선 이 영화를 놓고 선배와 둘이서 얘기했는데 그리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서로의 몰입도가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이론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객관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걸 만들어야지.

<은하해방전선>은 적어도 내게는 앞으로도 오래 볼 영화이다.

<하하하> 이해하지 않기



예전에 봤을 땐 그렇게도 재미없었는데 이번에는 볼만했다.
본지 얼마 안 되긴 했는데 기억은 잘 안 난다.
금세 잊혀졌다.

영화를 볼 때 난 어떤 점이 좋았을까?
재미?
사실 홍상수보다 재밌게 영화 만드는 사람 많다.
홍상수만의 재미? 물론 그런 게 있긴 하지만 엄청나게 특별한 건 아니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경유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 했다는 구성?
글쎄 여기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영화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들면서.
그의 작업방식과 영화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메시지를 통해
홍상수의 영화를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 없는 영화라고 나 혼자 낙인 찍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미스테리하다. 몇 편을 봐왔어도.

문소리가 엄청 귀여웠다. 홍상수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듯.
김상경은 정말 좋다. <생활의 발견>을 다시 보고싶다.

<단지 세상의 끝> 의문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즉흥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제안한 것을 후회한다..

이 영화는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이 얘기를 왜 하는지 알 수가 없겠더라.
대사를 그리 잘 쓴 것도 아니고. 너무 졸렸다. 몰입을 못 했다.
가족 한 명 한 명 롱테이크로 독대하다가 다같이 모여 싸우는 내용.
무엇을 위해서??
촬영은 시작부터 계속 클로즈업샷 위주로.
그 답답함을 즐길 정도로 이 영화에 빠져들지 않았다.

중간에 친구가 자고 있더라.
너무 미안했는데 친구는 이 영화가 너무 예술적이라서 자기가 이해 못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보며 돌란의 가족관을 살펴보고 싶다.

<스타쉽 트루퍼스> 청춘의 혈기로 괴수를 무찌르자



스타크래프트와 관련이 있는 영화라고 해서 보았다.
신체훼손 우주벌레괴수전쟁물에 청춘멜로서사가 웬말인가.
거기에 더해 대책없는 군대 예찬까지..
이런 영화만 보면 생각이 정지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