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일 월요일

<아이다호> 움직이지 않는 섹스 신

요즘 밤에 잠도 많이 자는데 영화를 보면 그렇게 졸릴 수가 없다.
좀 재미없는 영화는 20분 보다가 참을 수가 없어서 잠들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을 때 보면 40분 쯤에 잠이 든다.
그나마 영상자료원이나 영화관에서 보면 잠이 안 오는 편인데
하루에 영화 네편쯤은 연달아서 보던 그 때엔 어떤 정신력으로 영화를 봤던지..

정말 아쉬운 건 세기의 명작도 내가 잠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안 보느니만 못하다.
잠들고 나면 이제 그 영화를 어느 시점부터 다시 봐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유





말이 길었다.
미리 잠에 대한 얘기를 쭉 써 놨듯, <아이다호>는 보다가 잠들어서 다시 본 영화다.
이렇게 잠이 들어버리면 2시간짜리 영화도 보는 데 5시간이 넘는다.
거의 하루를 다 날려버리는 거다.

영화에 대한 감흥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다.
바로 섹스 신.





<아이다호>의 섹스 신은 정말로 독특하다.
총 두 번 나오는데, 첫번째는 남자 셋이 하고 두번째는 남녀가 한다.
나는 첫번째 섹스신을 보고 '무미건조하고 의미없는 성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사랑이 있음이 분명한 두번째 섹스신을 보고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알았다.

<아이다호>의 섹스 신은 무엇이 독특하느냐.
<아이다호>의 섹스 신에는 움직임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다호>의 섹스 신은 묘한 체위로 멈춰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인물들을 포착한 여러 컷을 연결해 만들었다.
이런 장면은 움직임이 있는 섹스 신에 비해 별로 야하지 않다.
영상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구도를 순간적으로 포착해낸 조각같은 느낌.
그렇다면 왜 사진으로 넣지 않고 굳이 배우를 정지시켜 영상으로 찍어 붙였을까?

이 인위적인 연출에는 '아슬아슬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굳어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과, 배우들이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그대로 멈춘 영상에서는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떨고 있는 카메라와 인물들을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이 매우 섬세해서 순간적으로 영화와 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감각적이고 미묘하다. 순간의 떨림이 느껴져 설레기까지 한다.
나중에 베드신을 연출하게 된다면 꼭 이렇게 찍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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