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7일 일요일

2. 오랜만에 다시 답답한 상태

그냥 자고싶다
과로사할 것 같다!
새내기 생활 거의 한달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네 번의 주말이 있었고 세 번의 토요일은 자면서 보냈다
주말을 기다리면서 항상 나는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했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오면 아무것도 안 했다
이렇게 악순환 반복
밀린 것이 많이 있다
영화 리뷰도 써야 되고
씨네21도 읽어야 하고
곧 있으면 진짜로 '바쁜' 시기가 다가온다
피곤하다
시간이 나도 그냥 난 자고싶다
글 쓰고싶은 생각이 안 들고 글 써야겠다는 의무감이 느껴진다
제때제때 해야 한다
방 청소도 안 했다
매일 아침 엄마가 방에 들어올 때마다 방을 치우라고 하신다
엄마는 나와 말이 안 통한다
생각보다 가족 간의 사랑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금요일 밤을 새면 재미가 없다
가장 최근에 설렜던 때는 입학하기 전 미터 갔다가 집 오는 길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막 뿌듯했다
지금 이제 이 사람들 저 사람들 알다 보니까 좀 피곤해진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조심도 해야 한다
좀 더 친해져보고 싶은데 내 뜻대로 안 되는 관계도 있고
나를 싫어하나 싶을 정도로 기분나쁜 사람도 있다

진짜 자유와 진짜 평등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가?
진짜로 이 세상에서 조금씩 바꾸어 나가다 보면 해답이 보이는 걸까?
나는 그냥 이 세상 자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내 입장만 잘 챙기고 살아야겠다
세상을 바꾸려면 피곤해져요
그냥 조금씩 기분나쁜 일 참으면서 살지
그 기분나쁜 일이 아주 거대한 것과 연결된 거라면
그거 바꾸는 데 시간이 들어요 힘이 들어요
그 사람은 자기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잠 자고 싶다
수능 끝나고 잠 많이 자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오늘은 사실 별 일이 없었다
별 일이라고 하면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답답한 이유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지금까지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아니다
나름 열심히 바쁘게 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원래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있다
급한 불은 껐고 중요하지만 안 급한 일들은 계속 남겨둔다
이대로 자도 별로 문제 없는 시간이다

소모임에서 할 것들이 많다
영화 두 편 봐야 한다
또 나름 공부하는 소모임이니 열심히 봐야 한다
열심히 보고 나서 그것에 대한 자료도 알아가야 한다
코멘터리 보려는데 파일이 문제가 있어서 볼 수가 없다
영상자료원까지 가야 하나?
내일은 월요일 미팅 날이다
하기 싫다 하기 싫다 했는데 또 약속이 깨져서 나가게 되었다

아아 난 왜 그렇게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민주주의 뭐가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내 맘대로 하는 게 편한데 그냥 혼자 공부하는게 나으려나
다같이 뭔갈 한다는 게, 사람을 다룬다는 게 정말정말 힘든 일이다
직접 대면 없이 내 권위로 일하는 게 편하긴 할 것 같다

왜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놀리면서 재미를 느낄까
성 차별도 문제지만 그것 말고 다른 것들도 많다
나이 가지고 놀리는 것들도 그렇고
외모 가지고 놀리는 것들도 그렇고
그 사람들이 재미로 하는 거라고 해도 그거 지켜보는 입장에서 되게 불쾌한 것이다
이 문제를 성적 발언이나 뭐시기 요즘 민감한 사례에 대입시켜 보면 결국 우리가 웃기는 방법은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나는 원래 이것저것 많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 중 특정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내가 드는 생각은, 생각을 조금 더 넓혀서 다른 것들에까지 관심을 가져달란 거다
설마 그것 하나에만 관심 갖는 건 아니겠지만, 그것 하나에만 행동하진 말아달라
차이를 인정하는 게 동등하게 대하는 건가요?
남녀의 차이는 인정합시다
그렇다고 똑같이 대해야 하나요?
우리 학교에는 남자들이 잘 수 있는 관도 없고
남자가 여자에 비해 힘이 세죠 그쵸?

말 그냥 막 하고 그러고 싶지만 내가 원래 하던 것들이 있기에 그렇게는 못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여기서 크게 못 벗어난다
벗어나려고 하면 내가 두려워한다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다
설렁설렁 살고 싶다
대학 들어올 때 이제 좀 편하게좀 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이 시간표를 자초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있었고 도전정신도 있었다
내가 미쳤지
지금까지 대학 다니기 전까지 힘들어하던 게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는 데서 나온 건가??

미팅 나가기 싫다
나가봤자 술게임 하다가 나 혼자 침울해져서 그냥 가만히 있다가 나오고
그런 게 상상이 된다
여자친구 사귀기 싫다
시간도 필요하고 돈도 나 혼자 쓰는 것 배로 많이 들고 감정소모도 크다
그런데 감정 소모하고 싶은 순간이 가끔은 찾아온다

미사여구가 싫다
글을 이쁘게 쓰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있다
멋진 비유로 글을 쓰는 데에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그러면 많은 글을 못 쓰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냥 할 얘기만 딱 하는, 그런 게 좋다
그 글씨만 보고 이쁘다 이쁘다 하는 건 속이 비어있는 느낌이다

깊이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이리도 자신의 깊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깊이를 쌓고 싶어졌다

사랑 사랑 사랑 그놈의 사랑!!!
별로 내 맘에 드는 사람이 안 나타난다
계속 좋아하던 애도 이제 점점 관심이 사라져간다
예전에 계속 좋아했던 그 감정을 내가 억지로 붙잡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걔 좋아할 때 듣던 노래를 들어도 그닥.. 감흥이 없다
나도 막 봄이고 한데 벚꽃 피는 데서 데이트도 하고 한강 가서 누워도 있고
어휴 이건 너무 도구적이다
사실 아직 딱히 나눌 마음이 없다
그냥 옆에서 다들 그러니까 나 혼자 괜히 울적해지는 거다

바쁜데 며칠동안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할 시간도 필요하고
해야 할 것들을 마칠 시간도 필요하다
사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면 그 시간 다 흐지부지하게 보낼 게 뻔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그다지 실속 있는 것들도 아니다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얘기하고 얘기하고 얘기하고 그 끝엔 뭐가 있는걸까!!!!

내가 스트레스 받을 때 뭔가 나오긴 하나 보다
나중에는 스트레스에 의존해서 영화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내 인생이 어쩔 수 없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정말로 오랜만에 힘들다
앞으로도 점점 더 피곤해질 거다
이번주만 봐도 많이 피곤해질 거다
통장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내 방 청소를 안 하면 몇시간 후 자고 일어난 나한테 방좀 치우라고 엄마는 말할 거고
나는 조만간 치울 거라고, 피곤하다고 얼렁뚱땅 넘길 거다
자야지 뭐


2016년 3월 13일 일요일

<화장> 임권택, 정성일 GV

1월 9일 한국영상자료원
GV with 임권택 감독, 정성일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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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을 보는 것도, 정성일 평론가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인 정성일 평론가의 GV에 참석하는 것이 처음이라 무척 떨렸다. 하지만 너무 졸려서 졸았다. 임권택 감독은 말이 느리고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애썼지만 잠이 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자리에서 졸았던 내가 부끄럽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 그 자체를 관람하는 것보다도, 임권택 감독과 그의 소문난 덕후 정성일 평론가가 나누는 대담을 현장에서 듣고 싶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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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가 한 말이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자객 섭은낭>을 세상에 내놓고 나서, 평론가들은 영화를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영화가 하도 어려웠던 평론가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 왜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만드냐고 물었다. 허우샤오시엔은 이해할 수 없으면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자기는 자기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내 영화는 그 사람들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무척이나 단호한 태도다. 이제껏 예술영화 상업영화 가지고 고민했던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느낌이었다. 나도 저렇게 돼야 되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이만큼 영화 찍은 사람들은 저정도의 자신감이 생기는가? 자기 영화세계를 쭉 밀고 나가는 그가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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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 둘 중 아무도, <화장>의 흑백 버전을 보지 않았다. <화장>의 흑백 버전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임권택 영화 다 보는, 여러 번 보는 정성일마저 <화장> 흑백 버전을 아직 보지 못 했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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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평론가는 필름이 디지털 장비로 대체되는 현재 영화계의 상황에 그리 큰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디지털 쪽이 더 편리한 면이 있다고. 하지만 값나가는 소모품인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던 때만큼의 긴장감은 현장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NG 나면 다시 찍으면 되니까, 하는 마인드가 디지털 현장의 단점이라고. 현장의 분위기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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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관점이 80대 노감독이라고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원래 이게 당연한 걸까. 40대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죽음에 대한 관점이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게 이상하다. 단순히 두 감독을 각자의 나이대를 가지고 그 나이대를 대변하는 감독으로 나눌 순 없지만, 80대 감독인 임권택은 자신의 영화에서 감정적이고 성적인 묘사를 택했고 40대 감독인 파올로 소렌티노는 자신의 영화에서 죽음 앞에 선 예술가의 근심을 표현했다. 20대 관객인 나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가 좀 더 그럴듯하다고 느꼈지만, 어쩌면 진짜로 내가 죽음 앞에 선 나이가 되었을 때 하게 될 고민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우스포> 운동 하고싶게 만든다

2015년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 <괴물의 아이>를 보고 나서.




의외로 볼만했다. 가족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복싱 챔피언이 허름한 체육관 코치를 만나자신과 싸우며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 뻔하고 진부하지만, 그것대로 맛이 좀 있다. 운동 하고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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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맥아담스가 일찍 죽음으로써 퇴장한다. 포스터에도 대문짝만하게 나와있고 주연배우 이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죽음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인지도 있는 배우로 관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모으려는 의도라고 생각하지만 예기치 못한 죽음은 영화 속 제이크 질렌할에게 닥친 시련의 우연성을 심화하는 느낌이었다.

2016년 3월 1일 화요일

<억셉티드> 멍청하도다


아무리 하이틴이라고 해도, 느낌 뿐이다. 이 답답한 교육현실에 뭔가 한방 먹여줬다는 '느낌'. 자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기 때문이다. 허수아비같은 적을 만들고 그걸 망가뜨려놓고서 의기양양한 모양새로 서 있다. 멀쩡히 학교 잘 다니는 사람들 순식간에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로 만들어버리고, 정작 얘네들은 공부를 안 한다. 그냥 자기네들 멋대로다. 공부 하다가 "아 공부하기 싫어~~~" 하면서 투정하다 만든, 딱 그 꼴이다.

재미도 드럽게 없다. 주인공은 여기저기 부딪히고 걸려 넘어지고. 적당히 멍청한 친구가 나와서 가끔 이상한 짓 해 주고. 그걸 또 걔 친구들은 센스있게 받아주고. 주인공한텐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또 라이벌이 있고. 우릴 배반한 줄 알았던 친구는 알고보니 우릴 위한 선택을 내린 거였고. 훈훈한 해피엔딩 뒤엔 짤막한 쿠키가. 하이틴 하이틴 하이틴... 대학에 떨어진 이들이 직접 대학을 설립한다는 그 설정에 끌렸던 나를 반성해본다..

<캐롤>을 보며 자다가 <로렌스 애니웨이> 생각을 하다



최근에 가장 쪽팔린 기억이 뭔가 하면, 친구랑 영화보러 가서 잔 거다. <캐롤>을 보다가 잤다.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잠과 싸우는 그 순간에 들었던 생각이, 캐롤은 색채가 단조롭고 따뜻하며 어둡고 차분하다는 거였다. 나는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보았던 그 휘황찬란한 색들을 좋아했다. 차고 넘쳐서 과잉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는 그 눈부심을 난 좋아했다. 그렇다고 <캐롤>의 단조로움이 싫은 건 아니다. <캐롤>을 다시 보게 된다면 단조로움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듯 영화를 보다가 자는 건 정말.. 최악이다...


<데드풀> 데드풀이 자기소개를 한다



<데드풀>은 데드풀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어벤져스 멤버들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생소한 캐릭터를 전달하기 딱 좋은 화법이다. <데드풀>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데드풀이 영화를 직접 가지고 논다는 점이다.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아예 스크린 바깥의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요즘 코믹스 원작 내용 신경 쓰는 사람이 누가 있냐", "돈 없어서 엑스맨 두 명밖에 못 부른 것 같다"며 소외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데드풀은 이게 자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란 걸 알고 있다! 이쯤 되면 뭐가 영화고 뭐가 현실인 것을 구분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고, 그냥 캐릭터 보는 재미가 남는다. 지금껏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자유분방한 B급 캐릭터다.

하지만.. 유사한 B급 코드로 승부를 봤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해서는 많이 아쉬운 영화다. 데드풀의 어두운 과거를 소개하는 플래시백에 시간을 많이 들여 생각보다 재미가 좀 덜하고, 스케일도 작은데다가 영상미가 너무 떨어진다. 그냥 즐기는 병맛 영화에 왜 이런 걸 걸고 넘어지냐고 묻는다면, 마블 영화라고 하면 충분히 지켜야 할 것들의 수준을 못 넘긴 느낌 때문이다. 아무리 B무비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도 난 마블 영화니까 봤다. 다른 마블 영화들에서 봐왔던 것과 비슷한 액션은 보장되겠지 하고 말이다.

'데드풀은 재밌다'는 전제를 미리 깔고 들어간 <데드풀>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마블 영화는 계속 그랬다. 지난번 건 좀 재미없었는데 그렇다고 안 보긴 좀 그렇고... 이건 정말 계륵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마블 영화는 별 이유 없이 그냥 보는 거다. 1조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것과, 앞서 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후속을 기대한다.

<동주> 애통한 시대를 살았던 소년들





영화가 끝나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얼마 전에도 이런 비슷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대학교 새내기 미리배움터였다. 수백명이 모인 강당에선 4.19 혁명으로 죽어나간 선배들을 기리는 짧은 영상이 상영되었다. 그 젊은이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눈물이 많이 나와버렸다. 나는 이런 것이 슬프다. 고작 해봐야 10대 20대밖에 되지 않는 그 젊은이들. 내 옆에 있는 친구를 닮은 사람들을 죽인 그 나쁜 시대가 애통하다.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답했을 그 청춘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내 친구들이 그랬을 걸 생각하니깐 너무 슬펐다. 그래, 다들 학생이었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를 그토록 갈망했을 소년소녀들.



영화가 다 끝나고 강하늘의 노래와 함께 작게 컬러 영상이 나온다. 그네를 타고 있는 동주와 몽규. 밝은 얼굴로 학교 앞을 지나는 학우들. 컬러로 본 그들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젊은이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난 원망하고 또 원망한다. 다시는 그런 시대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



<동주>는 소년(少年)의 꿈을 다룬 영화다. 몽규는 혁명을 꿈꾸고 동주는 시인을 꿈꾸고 나는 영화를 꿈꾼다. 영화 내내 그들이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꿈의 결말을 알면서도 나는 그들이 직접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