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일 화요일

<데드풀> 데드풀이 자기소개를 한다



<데드풀>은 데드풀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어벤져스 멤버들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생소한 캐릭터를 전달하기 딱 좋은 화법이다. <데드풀>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데드풀이 영화를 직접 가지고 논다는 점이다.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아예 스크린 바깥의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요즘 코믹스 원작 내용 신경 쓰는 사람이 누가 있냐", "돈 없어서 엑스맨 두 명밖에 못 부른 것 같다"며 소외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데드풀은 이게 자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란 걸 알고 있다! 이쯤 되면 뭐가 영화고 뭐가 현실인 것을 구분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고, 그냥 캐릭터 보는 재미가 남는다. 지금껏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자유분방한 B급 캐릭터다.

하지만.. 유사한 B급 코드로 승부를 봤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해서는 많이 아쉬운 영화다. 데드풀의 어두운 과거를 소개하는 플래시백에 시간을 많이 들여 생각보다 재미가 좀 덜하고, 스케일도 작은데다가 영상미가 너무 떨어진다. 그냥 즐기는 병맛 영화에 왜 이런 걸 걸고 넘어지냐고 묻는다면, 마블 영화라고 하면 충분히 지켜야 할 것들의 수준을 못 넘긴 느낌 때문이다. 아무리 B무비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도 난 마블 영화니까 봤다. 다른 마블 영화들에서 봐왔던 것과 비슷한 액션은 보장되겠지 하고 말이다.

'데드풀은 재밌다'는 전제를 미리 깔고 들어간 <데드풀>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마블 영화는 계속 그랬다. 지난번 건 좀 재미없었는데 그렇다고 안 보긴 좀 그렇고... 이건 정말 계륵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마블 영화는 별 이유 없이 그냥 보는 거다. 1조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것과, 앞서 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후속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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