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일 화요일

<내일부터 우리는> 드디어 윤성호를 보다.



윤성호가 연출한 웹드라마를 그대로 엮어 극장에서 상영했다.
소속 배우의 은밀한 사진을 인터넷에 퍼지기 전에 SNS 상에서 삭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연예기획사 직원들의 이야기이다.
박얘쁜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스토리라 신선하긴 하지만 속도감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도 없었다.

GV가 매우 좋았다.
웹드라마 끝부분에 부록으로 "영화란 여행같은 거다"라는 대사가 담긴 영상이 나온다. <은하해방전선>에 나왔던 대사를 셀프 패러디한 것이다. 그래서 웹드라마란 뭐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굉장히 진부한 질문이긴 하지만 윤성호씨와 이런 농담을 주고받고 싶었다. 감독님은 웹드라마를 망리단길에 비유해서 대답해 주셨다.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웹드라마를 가지고 극장을 찾았는데, 혹시 영화에 대한 그리움은 없는지 질문했다. 이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 주셨다. 웹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짚어주었다. 웹드라마는 5초 내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지속적으로 붙잡아놓을 수 있어야 하지만 영화는 좀 다르다. 영화는 5분 10분 정도 지루해도 관객들이 어느정도 기다려준다.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좋았다고 기억하는 건 웹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답변이었다. <내일부터 우리는>을 보면서 한편으로 많이 실망했었다. <은하해방전선>과 이전의 <삼천포 가는 길>같은 생기있는 단편들을 찍던 사람이 왜 그닥 웃기지도 않은 웹드라마를 찍고 있을까? <백역사>라는 단편을 보면서 영화가 이제는 그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지만 자신의 작업물을 극장에서 다시 보면서 영화를 더 찍고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면 했다.

다른 사람들의 질문들에도 감독님이 매우 정성스레 답변해 주셨다.
GV가 꽤 긴 시간 동안 진행되지도 않았지만 꽉 찬 GV였다.
웹드라마를 극장에서 상영하니 사운드가 많이 튄다는 얘기도 있었다. 웹드라마는 시청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못 하도록 러닝타임 내내 효과음을 집어넣는데, 이걸 극장에서 2시간 동안 연속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호흡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웹드라마를 극장용으로 편집할 때는 사운드를 많이 덜어낼 계획이라고 하셨다.
궁금했지만 실수로 질문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TV 시리즈와 영화판에 이어서 또 연예기획사 얘기를 하는가? 이것 이후로 찍은 웹드라마도 연예기획사 얘기였던 것 같은데? 윤성호 감독님은 누군가의 뒤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고 하셨다. <은하해방전선>도 배우들을 뒤치다꺼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선상에 있는 것 같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내 주위에 있는 오합지졸들이 나랑 함께 갈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하셨다. 이 질문을 해주신 분께 너무 감사하다.

배우들도 극장을 찾았다.
웹드라마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CLC의 유진은 정말정말 말랐다.
박종환 배우는 스크린 속에서는 말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몸이 좋아 보였다.

윤성호 감독은 자기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열심히 얘기했다.
역시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자기가 영화에 계속 동성애를 집어넣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다.
<내일부터 우리는> 속에 나온 것처럼 자기도 고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애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는 고백도 하셨다.
윤성호씨는 앞으로도 열심히 계속 작업하실 것 같다.
웹드라마는 딱히 보고싶지 않다.
옛날 느낌으로 제대로 된 영화 한 편 찍으라는 투자자가 나타났으면 정말 좋겠다.

웹드라마 자체는 재미 없었지만 정말 좋은 소재였던 것 같긴 하다.
어릴 때 자기 몸 사진을 찍어 자기 혼자 소장했던 것이 사과해야 할 일인가.
GV에서 유진이 자기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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