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4일 일요일
<린다 린다 린다> 고교시절의 어렴풋한 기억들
고등학생 소녀 밴드 영화이기에 좀 발랄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템포가 느리고 조용했다.
알고보니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라는 어느 심플한 영화를 연출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작품이었다.
배두나만 보고 고른 영화라서 다른 건 안중에 없었다.
배두나는 은근 비중이 크다.
일본어 못 하는 유학생 역할인데 일본어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밴드의 보컬을 맡는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남은 건 친구 사이의 갈등이다.
밴드가 급조된 것이 바로 이전 멤버들 사이의 갈등이었는데, 클라이막스인 공연 직전에 그 갈등이 은근하게 풀린다.
이런 식의 화해가 마음에 들었다.
노래는 생각보다 좋았다.
공연을 보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이 좀 작위적이긴 했지만
그 장면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비 오는 여름에 비 다 맞고 나서 몸이 다 마르기도 전에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그들!
영화 볼 당시에는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좋아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감수성 짙은 영화였다.
<마사안> 뮤지컬 없는 인도영화 / 해결 아닌 해결
<미르싼>이라는 엄청난 영화를 작년 부천에서 만난 후로 발리우드 영화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땅히 볼 작품이 안 보였다.
그러다 이번에 넷플릭스 한달 무료도 시작한 김에 서비스되고 있는 인도영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기로 했다.
모든 인도 영화의 줄거리를 꼼꼼히 읽어 보았는데, 다 재밌어 보였다.
그 중 인도 사회의 계급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마사안>에 관심이 갔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103분의 짧은 러닝타임답게 그런 건 없었다.
부패경찰로부터 성추문 관련 협박을 당하는 여자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화장터에서 나고 자라 일하지만 상류층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던 여자와 남자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배에서 인연을 맺게 된다.
답답함이 주된 정서였다.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른 정서는 아니었는데, 주인공들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
모두가 사회 내부에서 힘겹게 자기 문제를 덮어두고 감정이 추스러지기를 기다리기밖에 하지 못 한다.
사회 자체의 문제를 풀어낼 해답은 안 보이고, 그걸 건드려볼 사람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을 묘한 해피엔딩으로 끝내버리는 건 이도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게 그다지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인도 사회에 대해 더 잘 알았다면 인도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회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면 거길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임시변통이 더없이 완벽한 해결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사안>이 잘 못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인도에서 나올 수 있는 평범한 얘기를 무난한 스타일로 다뤘을 뿐이다.
다음에는 꼭 춤추고 노래하는 발리우드 영화를 봐야겠다!
2018년 1월 1일 월요일
<셜록 주니어> 나는 그의 코미디를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다
'엥 나는 이 영화 생각없이 봤는데? 여러분 그냥 웃으세요!! 영화가 뭐시기 어쨌고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깔깔깔 폭소할 정도는 아니지만 버스터 키튼 특유의 따라하면 큰일나는 액션과 오버하지 않는 귀여운 표정연기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답니다.'
동아리 영화 잡지에 나는 이렇게 짧고 가벼운 평을 남겼다.
나는 이 영화에 거추장스러운 의미부여 하는 것이 정말 싫다.
버스터 키튼이라는 사람을 빨아야 하긴 하겠고.. 그런데 남긴 작품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거기서 대표작으로 뭘 골라야 할까? 역시 의미부여하기 좋은 걸 골라야겠지!
나는 찰리 채플린보다 버스터 키튼을 좋아하는 게 그냥 웃을 수 있어서이다.
제발 웃음은 웃음 그 자체로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무비올데이롱 제1회 3/3<무서운 집> 미안해 나는 이 영화 재밌을 줄 알았어...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라서 적극 추천했으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
자기가 자기 영화의 매력을 잘 알고 그걸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영화인 줄 알았으나,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해서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나는 마음껏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영화는 아주머니가 집안일하는 것을 그저 보여주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같이 보자고 한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더 짜증이 났다.
밀도가 너무 옅은 영화였다.
집안일의 외로움을 표현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그걸 꼭 이런 식으로 관객까지 지루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무비올데이롱 제1회 2/3 <더 플라이> 리액션 좋은 친구와 함께하니
<더 플라이>를 다 함께 감상하는 것은 무비올데이롱 행사에서 세 편의 영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
잘 놀라는 친구가 한 명 있어서 깜짝 놀라는 장면들이 더 긴장감 있게 느껴지고, 재미도 있었다.
역시 공포영화는 공포영화 잘 못 보는 친구와 함께해야 한다.
<더 플라이>가 좋아서 그 후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를 몇 편 더 찾아보고 있는데
역시 이 작품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한다.
<더 플라이>는 지금까지 본 그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없어서 몰입감이 아주 좋다.
<네온 데몬> 더 막 나갈 수는 없었을까
<리얼>을 가지고 교내 라디오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과 유사한 영화를 하나 말해달라고 해서 <네온 데몬>을 꾸역꾸역 보고 갔다.
결국엔 이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시간 날린 셈이다.
<리얼>과 <네온 데몬>은 비등비등하다.
네온 데몬이 특별히 담고 있는 게 있어보이긴 하지만,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이다.
망작을 보더라도 좀 더 고급스럽게 즐기고 싶다면 네온 데몬을, 좀 더 웃고 싶다면 리얼을 보면 된다.
비주얼은 매우 근사하다.
하지만 언제나 느꼈듯 2시간 정도의 시간성을 가진 영화에는 항상 스토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고 싶다.
좀 더 잘 만들었더라면 재미도 있고 더 예뻐보이기도 했을텐데..
가장 큰 문제점은, 비주얼로 승부하는 영화답게 내용에 별로 신경 안 쓰고 눈에 보이는 것만 신경쓰려 했으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주인공이 다른 여자 출연자들에 비해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음악은 잘 썼다!)
아예 거추장스러운 상징을 암시하는 것들도 다 빼버리고 완전히 2시간을 형광색 이미지들로만 채워놨더라면 어땠을까?
<스프링 브레이커스>라는 형광생 영화 하나를 봤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영화는 싸구려 영화 플롯에다가 근사한 이미지를 입혀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공포스러우면서 고혹적인 영화 한 편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라벨:
네온 데몬,
니콜라스 윈딩 레픈,
리얼
<애정만세> 차이밍량 다시는 안 본다. 느린영화 다시는 안 본다. 졸린영화 다시는 안 본다.
야한 영화를 보고 싶었다.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을 보고 나서 앞으로 느린 영화는 안 보기로, 졸린 영화는 안 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그가 초기에 연출한 <하얀 비키니의 복수>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져
그나마 그의 작품 중 야해 보이는 <애정만세>를 보았다.
분명 영화 보기 전에 베드신도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영화는 무지무지 졸렸다.
대사도 없고, 사람들 행동 속의 심리가 읽히지 않았다.
또. 망했다 싶었다.
지켜보는 것이 무지무지 힘든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런 실수는 더 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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