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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라는 좀 더 나은 타이틀도 있겠지만
<잉투기>는 '데뷔작 치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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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투기를 보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KAFA 출신인 엄태화 감독에게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찬사가 주르르 쏟아져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
잉여같이 살다가 어쩌다 류혜영 배우로 인해 <잉투기>가 재조명받아 부랴부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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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콩팥 캐릭터가 특이했다.
나름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인데 감정 표현도 안 하고 말도 별로 안 해서 속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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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튀어나오는 순간이 조금 쌩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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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젖존슨이 죽는다.
자살한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음, 그럴 수도 있지 하게 된다.
왜 그런 걸까?
젖존슨의 죽음에 대해서 영화는 굳이 설득하려 들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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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꿈이 있었던 자가 실패했고, 그 화풀이를 할 데가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걸까? 결국 도달한 곳은 미칠듯한 자기혐오.
인터넷에서 자기를 닮은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을 만나 직접 폭행한다.
그 이후로 젖존슨이 칡콩팥 생각을 했는지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는 어떠한 이유로 자살한다.
인과는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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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쭈니는 갑작스런 대사를 하게 된다.
아마 그의 핵심 스토리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삭제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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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다 같이 죽자! 식의 엔딩.
의미 면에서 조금 위험하지만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쳐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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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주 무대로 삼은 영화들은 대체로 오글거리는 편이다.
그래도 이 영화는 나름 괜찮았다.
차기작 <가려진 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