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1일 화요일
<블루 벨벳> with 정성일, CGV 씨네라이브러리
린치 빠돌이짓을 하다가 <블루 벨벳> 재개봉 소식에 소모임 멤버들과 같이 정성일 GV에 참여했다. 영화는 볼만했다. 그런데 예전에 내가 봤을 때 풀리지 않았던 것들은 이번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하나는, 결말부의 방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불어 노란 양복 남자의 정체도. 다른 하나는, 프랭크라는 캐릭터는 왜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야 했나.
이번에는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정성일씨를 마주했다. 녹음기도 켰다. 처음에는 하는 얘기들이 좀 있어보였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한시간이 지나도 강의 내용은 나아갈 기미를 안 보였다. GV가 두 시간 가까이 흘러도 얘기는 전혀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같이 포토티켓을 찍기로 했던 일행들을 막차로 보내고 잠시 앉아있다가 결심을 한 뒤 씨네라이브러리를 나왔다. 내가 듣고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정성일씨는 내가 린치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린치가 화가 출신이었다.. 이런 얘기는 평소라면 몰랐을 얘기라서 좋았다. 하지만 <블루 벨벳>에 대한 그의 얘기는 심히 주관적이었다. 이 영화가 라디오가 꾸는 꿈이라는 얘기.. 등등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생각해 보면 근거를 찾기 어려운 해석들. 도식적인 해석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의 해석이 오히려 도식적이라고 느꼈다.
사실 뒷부분 가서는 그의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냥 멀뚱멀뚱 앉아있기만 했기 때문에 그의 강의의 질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와 내가 같이 본 이 영화에서 서로가 전혀 다른 것을 보았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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