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제7의 봉인> 의외의 얄팍함
동아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영화.
<제7의 봉인>를 어려운 영화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던 나는
발제자가 일부러 허세를 부려서 이 영화를 골랐구나 하고 생각했다.
발제자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본 적은 없는 이 영화를 골랐다고 한다.
생각만큼 엄숙한 영화는 아니었다.
광대가 주요 인물로 나오며, 코웃음 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이야기가 이해할 수 없게 흘러가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니고 있는 명성에 비하면 꽤 초라한 영화였다.
죽음 그리고 인생에 관한 나름 진지한 성찰을 담았다고 하는,
불후의 걸작으로 남아있는 이 영화의 속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평범한 영화들에 비해 더 뛰어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대체 철학적인 고민이라는 것이 영화매체에 담길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앞으로 다른 영화들도 보면서 차차 생각해볼 문제이다)
영화는 결말부에 가서 대부분의 인물들을 죽음과 맞닥뜨리게 하면서도, 광대 부부만은 살려둔다.
여전히 가시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가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광대 부부로부터 받은 은혜에 기뻐했던 장면을 생각하면 영화는 이들 부부를 긍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광대 부부가 이 영화에서 나타내는 것은 해학, 베풂, 아기, 순진함 등이다.
이러한 것들을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과 같은 암울한 시기 속에서도 지켜내야 했던 인간적인 미덕이라고 영화는 보고 있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거의 상식적인 수준의 교훈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데, 괜히 어려워보이고 엄숙해보여서 깎아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보면 딱히 할 얘기가 없다.
영화가 이미 할 말을 명확히 다 했고, 관객으로서 덧붙일 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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