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9일 화요일
<시네도키, 뉴욕> 동아리의 마지막이 될 뻔한 영화
이 영화를 끝으로 동아리 자체를 마무리하려 했었다.
사람이 12명 오고, 5명 오다가 이 영화를 내가 발제할 때 2명이 와버려서
너무 화가 났다.
다행히도 몇달 뒤 다른 분이 나타나서 동아리를 다시 이끌어주셨다.
그분이 없었다면 아마도 동아리는 고인 물로 남아 영영 썩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 이전 회장 때부터 동아리의 암흑기였고 내가 맡을 때가 더 심한 암흑기였다고 한다.
나는 그냥 암흑기 때 뭣모르고 들어온 사람이고, 새내기라 뭘 잘 할 줄도 모르던 내게 동아리를 맡겨버린 것이 미안하다던 사람들도 있다.
내가 동아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던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은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이건 아무래도 내게 이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게 누가 봐도 명백해서 굳이 이야기를 더 하지 않으려는 건가?
아니면 동아리를 내버려두고 자기 할 일 하던 것이 미안해서일까?
내가 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못 들으니 제대로 된 이유는 앞으로도 알기 힘들 것 같다.
아무튼 <시네도키, 뉴욕>이라는 영화 주인공의 초라한 결말과 함께 동아리를 끝내려 했다.
내가 동아리에 10분을 늦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잘못 왔나? 사람들한테 공지를 제대로 안 했나? 몇 분 있다가 내가 동아리에 소개한 친구 한 명이 왔다. 그게 전부였다. 좋아하는 후배와의 식사를 접고 온 것이라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동아리는 다시 돌아왔는데, 굳이 안 좋은 얘기 해서 뭐하나.
동아리를 끝내려 했던 그 날을 사람들이 상기시켜주지도 않고 그래서 <시네도키, 뉴욕>은 얼마간 다시 돌아보고싶지 않은 영화였다.
그러다 최근에 동아리 선배의 지목으로 베스트 영화 10편 목록을 만들다가 이 영화가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들에 비해서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지난 4월에 다시 볼 때 너무 좋게 봤던 기억이 있어 리스트에 넣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에드 우드>나 <어바웃 타임>같은 영화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베스트 영화 10편을 본 동아리 사람들 몇몇은 <시네도키, 뉴욕>을 정말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팬심을 밝히고.. 그랬다.
4월에도 동아리에 온 사람이 두 명뿐이라 녹음해서 잡지에 실어보려고 했으나
나만 혼자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차라리 나중에 글로 쓰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시네도키, 뉴욕>이나 <에드 우드>에 관한 글을 써서 잡지에 실어봐야겠다)
<시네도키, 뉴욕>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장 특이하다 느낀 건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 하는 데서 오는 슬픔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한 씬에서 그 씬의 길이만큼의 시간을 다루는데
이 영화는 많이 달랐다.
한 씬 안에서도 뉴스나 신문, 대사, 유통기한 표시 등을 통해 이상하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영화 전체적으로 이러한 이상한 현상들이 주인공도 눈치채지 못 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또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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