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춘몽> 소녀 한 명과 아저씨 세 명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내가 좋아한다.
그리고 장률의 <경주>도 좋아한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이 출연하는 장률의 <춘몽>을 보게 되었다.

예고편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영화 자체는 좀 서늘하다.
농담스럽게 찍힌 코믹한 장면들이 많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이 섬뜩하게 연출된 장면들도 간혹 튀어나온다.
또 옅은 녹색빛의 무채색 영상은 분위기를 영화 내내 축 가라앉혀 놓는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은근한 매력이 있다.
세 명의 남자가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우리 선희>도 생각이 난다.
<우리 선희> 쪽에 비하면 여기 남자들이 더 멍청하고 순수하다.
예리와 자고 싶다, 가슴 만지게 해 달라는 식으로 남자들의 욕망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만
그렇게 투명해서인지 오히려 정범과 익준 두 사내에겐 의심이 안 생긴다.
오히려 아무 말 없는 쪽이. 정범이나 <우리 선희>의 남자들이 많은 걸 숨기고 것처럼 보인다.

바보같고 순수한, 실제로 저런 관계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관계.
계획된 세상. 모든 것이 통제된 술집. 모든 것이 통제된 단역.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었다.
나중에 <춘몽>을 다시 찾고플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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