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2일 화요일

<선샤인> 미치도록 아름답다는 것



아름다움이 주제이고 아름다움이 플롯이 된 영화.
그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모든 것이 납득이 가는 것도 정말 신기하다.
아름다움으로 인해 미쳐버릴 지경에 달했을 때에는 사운드도 큰 몫을 한다.
언젠가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빵빵한 사운드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광란의 사랑> 린치의 단점



데이빗 린치의 파격적인 멜로영화다.
내용을 들어보면 평범한 범죄멜로물을 떠올리겠지만 역시나 린치만의 연출스타일이 녹아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스토리와 연출은 계속해 불협화음을 빚어낸다.
갱의 음모에 얽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도망치는 세일러의 이야기는 다른 감독이 연출했어야 옳다.
이건 린치가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멩이가 있어야 할 이야기인데 쫓고 쫓기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단순해서 재미가 없었다.
린치는 복잡한 서사는 못 만들어낸다.
플롯을 넣을 시간에 서사와는 무의미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채워넣기 바쁘다.
결말부에서 빈약한 서사에 어떻게든 오즈의 마법사 모티브를 끼워넣어 초월적인 존재에 의탁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유치해서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오프닝부터 급전개가 시작되지만 이 스피디한 전개는 바로 축 늘어진다.
하나도 재미 없었다.
린치 스타일은 다른 영화에서 다시 보기로.

<기쁜 우리 젊은 날> 여자친구와의 재감상



작년에 보고 정말 좋았던 영화.
순정남의 승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멜로영화였다.
이번에 영자원에서 상영하길래 여자친구 데리고 가서 같이 보았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순박하다 못해 단순하기까지 했다.
며칠 전에 본 <노트북>과 비교하면 너무 재미가 없었다.

지난번 감상 때는 엄청 깊은 영화같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휘리릭 하고 끝이 나 버렸다.
여자친구는 몸도 안 좋아서 계속 졸았다.
멀리까지 데려간 게 미안했다.
내가 이렇게 자신있게 남에게 영화 추천한 게 오랜만인데..
그렇게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열에서 당분간 빠지게 된다..

(업로드한 사진의 맥주 마시는 장면이 느낌이 아주 좋다.)

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노트북> 계급에 대한 판타지, 사랑에 대한 판타지




이 영화를 보고 두 가지 단어를 잊지 않으려 했다.
계급, 시간.

계급.
이 영화에는 가난에 대한 엷은 판타지가 깔려 있다.
부유한 앨리의 가족들은 편가르기를 좋아하고 진짜 사랑을 무시하려 든다.
앨리의 약혼자 론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매력남이지만 최종적으로 앨리의 선택을 받진 못 한다.
반대로 가난한 노아는 앨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는 로맨티스트다.
놀랍게도 가난과 부유의 이러한 대비에 어긋나는 인물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가 신분상승의 판타지보다는 신분하강의 판타지 쪽에 가깝다는 점이다.
신분하강의 판타지? 얼핏 들어선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신분이 낮아지는 걸 어떻게 판타지로 생각하겠어?
하지만 영화상에서 부유한 노아와 가난한 앨리가 결혼한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내가 돈을 잃는 식으로 손해를 입는 건 하나도 없다.
신분하강까지 감수한 선택을 우리는 오히려 아릅답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진짜 사랑이라면 그 누구도 품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잠시 빠져들어 이 영화 속 사랑을 그 무엇보다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신분상승 스토리보다 덜 속물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가 신분상승 스토리로 부르지 않고 신분하강 스토리라 부르는 이유는, 노아와 론 중에서 누굴 자기 남편으로 삼을지 앨리와 우리가 함께 고민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어떤가, 부유한 상대를 버리고 가난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있나?
가난한 자들보다 부유한 쪽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너무 현실적이라 아름다운 로맨스로는 부적격이다.


시간.
이 영화의 시간은 독특하다.
제목으로도 쓰인 '노트북'을 통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화법을 구사하고, 거기에 더해진 치매라는 장치는 마치 치매에 걸린 환자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알아내듯 이 영화에 숨겨진 가벼운 반전을 관객들 스스로 유추하게끔 한다.
눈여겨볼 점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택한 이 영화가 골라낸 사랑의 모습이 어느 사랑의 시작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뿐이라는 점이다.
젊은 배우가 연기하는 시간과 노년 배우가 연기하는 시간 사이의 공백은 굳이 보여 줄 필요가 없다고 이 영화는 판단했다.
론이나 가족들과의 관계 해결도 없이, 어렵기만 한 육아도 없이 말끔하게 늙어버린 이 두 연인은 결국 한 쪽이 치매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와 함께 있음을 인지한 채로 동시에 세상을 떠버렸다.
앨리가 내린 결정에는 한 치의 문제도 없었고 이들의 결혼생활은 끝날 때까지도 너무 아름답다.

이 로맨스 영화에는 진실이 담겨있지 않고 이 로맨스 영화로는 세상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볼 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는지 몰라도 이 영화를 나중에 돌아본다면 그저 행복하기만 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인생을 아름답게만 포장하는 영화는 진통제 같아서, 그 아픔을 덮을 수는 있어도 결코 치유할 수는 없다.

< 4등> 때려서라도 잘 한다면


1. 1등에 집착하던 어머니 없이 혼자서 하니 1등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준호가 행복해할 때는 레인을 넘나들며 물 속으로 들어오는 빛을 만끽하며 헤엄칠 때이지, 남들보다 더 빨리 결승점에 골인할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비로소 1등을 했다는 이야기는 믿을 수가 없다.

2. 누군가는 그렇게 준호가 1등을 했다는 사실에 감격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렇게 1등을 하고 나서도 마냥 기뻐하지 않는 준호의 얼굴에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3. 과거 시퀀스가 필요 이상으로 긴 감이 있다. 광수와 준호 아버지의 관계가 후반부에서 그리 중요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쉽다.

4. 영화의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내 아이가 1등하면 좋겠고, 내 아이가 좋은 대학 들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억압받고 맞으면서 컸다. 그래서 대학을 잘 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잘 컸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대학을 가면 좋은 것이 많다.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억압받지 않으면서도 한 명의 사람으로 잘 커가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을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하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것은 무엇인가? 혹시라도 나중에 자기를 자유롭게 키운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5. 주제는 생각해봄직한 주제이지만 이 영화는 재미가 없고 미학적으로 우수하지도 않다.

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비포 미드나잇> 평범함을 평범하게 말하는



큰 기대를 했지만 평범하게 끝났다. 중년 부부가 싸우고, 달콤한 말로 위로하고. 특별하지 않은 인생의 단면. 딱 하나 특별한 점이라곤 이 인물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시리즈물의 주인공들이라는 점. "이 영화처럼 평범한 게 인생이다"라고 말은 할 수 있겠지만 긴 세월을 지나 완성된 세 번째 영화가 이렇게 평범하다는 게 많이 아쉽다. 딱히 대안이 떠오르진 않지만 평범함을 평범하게 전달하는 건 좋지 않다. 이렇게 할 거면 아예 다른 주제를 선택하는 게 낫다. 실제로 우리 삶에 그리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영화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음반과 영화의 크로스오버


장면 장면 떼어놓고 보면 그럴싸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 모아놓았을 때는 연결이 되지 않고 따로 노는 작품이다. 각 곡마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분할하지 않고 연속으로 보는 영화로 만들어야 했을 이유가 불충분하다.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 아닌 내겐 이해하기도 힘든 지루한 영화였다.

잘못된 사회, 저항정신 그리고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