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토요일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형식은 참신하나 나머지 모든 면에서 진부하다



82분이 리얼타임 랩탑 화면으로 진행되는 공포영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이 통제할 수 있었던 익숙한 모습의 화면이 영화 속 등장인물 한 명에 의해 컨트롤된다. 보고 끄는 것이 자유로워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역설적으로 관객은 극에 절대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돋보이게 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화면을 조종하는 그녀 이외의 또 다른 존재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되는 순간은 관객의 대리자 역할을 했던 블레어 릴리도 무능력한 처지에 놓이는 때이다.

하지만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는 참신한 형식 이외에는 딱히 건질 것이 없는 영화이다. 좀 더 잘 만들면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아쉬움을 내용과 형식적 기교 면에서 털어놓는다.

가장 큰 실망을 불러일으킨 건 내용이다.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만취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자살한 여학생의 원혼이 이에 가담한 이들을 죽인다는 내용이다. 징벌의 과정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의미를 전달하는 솜씨도 매우 투박해 보인다. SNS 공간의 쓰임에서도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형식 상에서는, 좀 더 시도해 볼 것이 많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다. SNS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 한 것도 그렇지만, 노트북 화면 속 남는 공간을 좀 더 활용했더라면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주로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화면 속 창 안의 작은 프레임에 주로 집중했지만, 남의 노트북을 훔쳐보는 듯한 긴장감은 보여주려 의도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공간은 좀 더 영리하게 쓰일 수 있었다.

형식 상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 부분들. 노트북 주인인 블레어 릴리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뮤트되기도 한다. 원하는 곳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이것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개입이라고 느껴져 몰입도가 떨어졌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효과음도 나오지만, 연출력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로라 반스가 등장해 노트북을 덮는 장면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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