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밀월도 가는 길> 몇 년을 기다렸지만,


몇 년을 보고싶어한 그 영화.
막상 보니 별것 아니더라..





웜홀의 존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놓고서 너무 흐리멍텅하게 끝난다.
예고편에서 본 것 그 이상이 없다.
괴롭힘 당하는 게 너무 싫어서 웜홀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끝.
악역은 자기 연기에 도취되어 있고, 영화는 과하게 폭력적이다.
주인공들이 괴롭힘 당하는 것에는 아무런 당위성도 없다. 이유가 없는 것이 이유라도 설득은 필요하다.

기대가 되는 내용이지만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몇 년을 기다리기만 했다.
어쩌다가 유투브에 <밀월도 가는 길>을 검색했는데, 바로 며칠 전에 영화가 업로드되어 있었다. 나중에 볼까 하다가 바로 보았다.
다시 확인해 보니 해당 영상은 유투브에서 삭제되었다.

<이레이저 헤드> 줄곧 이 영화를 추천해주다가 친구와 함께



<이레이저 헤드>에 꽂혀 있었던 게 많이 빠져나갔다. 이래서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보기가 두렵다. 소리에 집중해서 보았다. 집중하면 할수록 졸린 영화였나? 친구에게 자신있게 적극 추천했었는데 친구도 많이 아쉬움을 표했다.

작년의 나는 이 영화의 기괴함에 그렇게도 빠져 있었다. 마음이 불안정해서 린치의 괴상한 이미지들을 계속 되돌려보고 했던 걸까? 여전히 린치의 세계에 대한 탐구는 계속된다.

김필이 '다시 사랑한다면'을 불렀다. <극장전>을 다시 보았다.


3월에 <극장전> 생각이 나서 다시 보았다.
영화를 새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번뜩이는 감상도 아니었다.
홍상수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김상경이란 걸 알았다.
능청스럽게 연기 잘 한다.
재밌었다.

<자유의 언덕> 결말에 대한 또다른 생각


스캔들도 난 김에 그동안 다시 보고싶던 <자유의 언덕>을 보았다.
그 날 저녁엔 TV에서 <자유의 언덕>이 방영되었다.
영화가 무척 짧다는 걸 다시 실감하기도 했고
결말에 대한 인상도 달라졌다.
지난번에는 영선을 안에 재우고 자기는 밖에서 잔 모리가 꾼 꿈으로 영화 전체를 받아들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도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진화를 한 거라서, 어쩔 수도 없고요. 

모리가 자신이 들고다니는 책 '시간'에 대해 했던 얘기 그리고
시간 배열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영화 구조로 미루어 보았을 때
나중에 자식까지 낳고 잘 살았다는 내레이션이 깔리는 급전개 그리고 그 이후에 잠자는 모리가 등장하는 것은
정말로 단순히 착각을 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농담일지도 모른다.
권이 잃어버린 편지 한 장이 모리의 싸움이 아니라 마지막에 나오는 그 장면이 아니었을까.

의문. 모리는 대체 왜 자신이 좋아했던 권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내용의 편지를 썼을까. 이런 얘기까지 쓸 정도로 지금은 별 감정 없는 사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을까?
아쉬움. 편지는 사실 왜곡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 속성의 활용이 없는 것이 아쉽다.


만족스러운 재감상이었다.
이 결말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초능력자> 갈수록 실망스러워진다



대실망이다.
굳이 말로 제목 상기시키기.
무작정 던지고 보는 재미없는 야한 농담.
성찰 없는 이야기.
초능력이라는 소재의 활용 부족.
지루한 노래 반복하기.
맥락을 잃은 전개.
소노 시온의 영화는 점점 실망스러워진다.
<두더지> 때 느낀 감동이 무색하게.
야하니까 일단 지우진 말아야겠다.

<활> 어쩌면 김기덕의 이상향



김기덕의 영화에서 난 힘을 느낀다. 집중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 말이다. 김기덕의 영화 내용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싫어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작년부터 영화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는데 김기덕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면서 집중력을 다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육지와 단절된 배에서 살아가는 소녀와 노인 남성의 이야기이다. 노인은 소녀가 나이가 차서 혼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는 노인의 보금자리를 떠나려는 소녀 입장에서 주로 그려지지만, 나는 노인 쪽에 더 감정을 이입해서 보았다. 소녀는 행동에 분명한 이유가 제시되는 단순한 인물이다. 하지만 노인 쪽은 그렇지 않다. 노인이 소녀를 씻기고 성행위를 하지 않은 이유가 난 궁금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노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정도로 노인의 행동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음은 제시된다. 그러나 <활>의 포인트는 이 이상한 내용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배경음악으로 표현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활처럼 살고싶다는 다소 쌩뚱맞은 자막에서 최고조를 이룬다.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까지 활처럼 살고 싶다.

노인을 소녀에게 마냥 해악을 가하지 않는, 어찌 보면 순정파에 속하는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로 김기덕이 이 이야기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노인의 순진한 캐릭터에 김기덕을 대입해 이 영화를 그가 그려낸 판타지 즉 이상향으로 생각했다. 김기덕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죄인이지만 이렇게 해서까지 너를 사랑하겠어. 무시무시한 고백이 아닐 수 없지만 내가 봤을 때 이것이 김기덕의 진심이다.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나쁜 피> 단발머리를 빗질하다 머리를 터는 줄리엣 비노쉬, 아득하다

<나쁜 피>에 나오는 줄리엣 비노쉬를 닮은 여자에게 반해 있던 적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쁜 피>를 다시 보게 되었다.





졸면서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장면 장면마다 미술에 크게 공을 들여 만든 것 같다.
연출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STBO라는 질병을 주 플롯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줄거리만 들었을 때는 사랑이 주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한 편의 범죄 스릴러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알렉스, 리즈 그리고 안나가 STBO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화 안에서는 이 소재를 맺지 않고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느낌이 매우 독특한 영화. 다음에 다시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