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워킹 데드 시즌 2] 토킹데드가 선사하는 지루함의 늪


워킹 데드 시즌 1을 보고 너무 들떴었지만 시즌 2부터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토킹데드' '농장데드'라는 말도 있을 만큼 누구를 죽일지 말지, 찾는 걸 계속할지 그만할지 토론하는 얘기가 거의 전부이다.
물론 그런 게 안 중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좀비물 팬들의 심리를 잘못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좀비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 앞 뒤에만 좀비가 활용된다.
시즌 2는 좀 더 간결하고 속도가 빨랐어야 한다.
시즌 3는 당분간은 안 볼 것 같다. 시즌 2만 이런 게 아니라 앞으로도 쭉 이런 식의 얘기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고 들었다.

[돌아온 시효경찰] 미키 사토시의 코믹 드라마



재밌게 보던 [워킹 데드] 시즌 3가 기대가 안 돼서 예전에 보다가 끊겼던 [시효경찰]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시즌 1은 다 보고 시즌 2 중반에서 멈췄었다. 남은 부분은 금방 보았다.

[돌아온 시효경찰]은 별로 하는 일 없는 등장인물 한 명만 추가된 채로 진행되는 이야기. [시효경찰] 시리즈는 취미로 시효가 지난 사건을 추리하는 키리야마 슈이치로와 그를 흠모하는 미카즈키 시즈카의 이야기. 매 에피소드마다 한 사건이 풀리는 식이다. 분위기는 대체로 미키 사토시의 영화들과 비슷하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인물들을 오래 끌고 가는 시트콤 식의 작업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애정이 가는 인물들을 만들 줄 안다.
시효경찰 시즌 1은 정말 좋았지만, 시즌 2는 별로 변화한 것 없이 그대로 돌아왔기에 조금 실망했다. 에피소드마다 연출자가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어느 에피소드가 미키 사토시이고 어느 에피소드가 소노 시온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드라마 전체적으로는 미키 사토시의 분위기가 물씬. 어떻게 이런 것까지 생각해내고 그대로 화면으로 옮겼을까 싶을 정도로 촘촘한 대사와 연기.
나중에 시즌 1을 다시 볼 수도 있겠지만, 추리 사건의 범인은 웬만하면 다 알기에 보는 재미가 좀 덜할지도. 이것 이후로 미키 사토시의 다른 드라마를 보고 있지만 재미가 없다. ㅜ
오다기리 조라는 배우를 잘생긴 배우로만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이런 마이너한 작품들을 많이 고른다고 한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다.

<피라냐 3DD> C급의 맛

진짜 발로 만든 CG가 있었는데 캡처하기 귀찮다. 이 사진 피라냐 모형은 괜찮은데 영화가 저 여자 표정같다.

쓰레기같은 영화가 보고싶었다.
이왕 보는거 좀 야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쩌다가 이런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재밌게 보는 사람이다.
웬만한 영화면 다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쓰레기인 거 미리 알면 재미로 볼 수 있다.
애매하게 못 만든 영화보다는 작정했든 안 했든 아예 쓰레기같은 영화가 낫다.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주로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완성도를 보고 피식 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주류 감성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쓰레기 영화라고만 하고 별점 0.5개 주고 떠나버리지만
이런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몇몇은 나랑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거장'이 만든 B급도 나는 싫다. 거기엔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나는 <7광구>같은 영화도 두 번은 못 보지만 한 번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앞으로 진짜로 완성도가 낮은 영화들을 좀 찾아봐야겠다. 내 감성을 발견하기 위해.

기대했던 노출은 별로 없었다.
대체 수영장의 반 벗은 몸들과 피라냐의 습격으로 신체가 훼손되고 피가 튀는 것이 무슨 관계인지.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조합을 추구한 것 같지도 않은데.. 노출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으레 슬래셔도 좋아할 거란 생각에 두가지를 다 만족시키기 위해 생각해냈나?

이런 영화 광고를 여기저기서 했었단 사실에 크게 놀란다.
이딴 퀄리티의 영화를 수입하고 극장에서 다른 영화랑 똑같은 값으로 3D 상영까지 했다니.. 관객들의 실망감들이 다 느껴질 것만 같은 기분.


<걸어도 걸어도> 아마도 마지막으로 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나랑 안 맞나보다 하고 한동안 안 보고 있다가 소모임 때문에 보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의 감성은 나와 너무도 달랐다.
가족에 대해 나와 너무 다른 걸 느끼는 사람 같았다.
대부분의 가족영화는 보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고레헤다 히로카즈는 유독 가족 얘기가 많다.
앞으로도 그의 영화는 보지 않을 생각이다. 오다기리 조가 나오는 영화 한 편은 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영화가 괜찮아도 전혀 공감 안 되는 얘기라면 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의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캐쉬백> 단편 앞뒤에 장면들을 붙여 장편으로.


여자 몸을 보는 것의 행복을 알게 해 줬던 영화들 중 하나.
동아리 신입 회원이 가져와서 보게 되었다.
나름 볼만했지만 시퀀스별 영화 완성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알고보니 상 받은 단편 앞 뒤에 장면들을 이어붙여 장편으로 만든 것이었다.
영화의 조악함들은 모두 '제작비 부족' 문제라고 퉁쳤다.
그래서 할 얘기가 별로 없었다. 영화가 안 받쳐주니 감독의 의도랄 것도 얘기할 수가 없었다.
이 영화를 정말 좋게 봤다던 친구도, 이 영화 가져온 분도 시무룩하게 대화를 마쳤다.

꽤 흥미롭게 흘러흘러가는 전개, 여자의 나체.
그게 거의 전부..

<트레인스포팅> 아 안온해~~~ + 4월의 고민거리




작년 4월달에 학교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을 때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쭉 다시 보는 차원에서 동아리에 들고갔다.
할 얘기는 딱히 없었다.
그나마 흥미롭게 할 얘기라곤 음악 얘기였는데, 같이 음악이 나오는 그 타이밍의 멋짐을 얘기하고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는 게 전부였다.
생각보다 대화는 일찍 끝났다.

다시 봤을 때의 이 영화는 좀 별로였다.
작년에 보았던 것만큼의 감흥이 안 느껴졌었다.
작년에는 자기를 구렁텅이로 몰고가는 친구들을 버리고 새 삶을 살겠다는 그 의지가 너무 좋았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까, 과연 내 삶이 구렁텅이에 박혀있는 이유가 내 친구들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놀이를 마다하지 못하는 걸 친구들의 문제라고 쳐도,
그것 말고도 내 문제도 있는 것이다.
"너가 말하는 전성기는 또 오지 않아, 온다 해도 넌 또 맨날 놀 게 뻔하잖아"라는 어느 노래 가사가 내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다. (이 영화랑은 관련 없는 노래임)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제 4월 말이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 겪어 보니 확실히 내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나는 혼자 있을 때는 생산성이 제로가 되며, 굳이 나아지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자퇴도 못 한다. 하고 싶은 게 생겨도 강제성이 없으니 일을 안 할 거다.
강제성으로 살아가는 인간!
이 성격을 바꿀 것인지, 받아들이고 욕심을 줄일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바꾸고 열심히 사는 삶이 좋긴 한데, 많이 힘들 거다.
아직까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어서 아마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다가 시간만 많이 낭비할 것 같다.
알면서도 못 고친다. 아니 안 고친다는 표현이 더 낫겠다.

이번에는 식보이의 아이가 죽고 나서 나오는 Sing이라는 노래가 좋아서 많이 들었다.
작년에는 엔딩에서 나오는 노래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오프닝에서 나오는 노래와, 클럽에서 나오는 노래, 크레딧에 나오는 노래도 좋다.

역시 엔딩은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술집에서 싸우는 씬 이후로 노래가 깔리는 순간부터 타이틀 뜰 때까지는 신의 손길이 닿았다.






이 영화를 베스트 목록에 넣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오래 볼 영화임은 분명하다.
동아리 때문에 영화를 두 번 연속으로 보았는데도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 나온 <T2>때문에 전주영화제에 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어 그러지 못 했다.
주위 사람들 평은 그저 그런 것 같지만 애정으로 봐야겠다.
정식 개봉은 안 할테니 어떻게든 구해서 봐야겠다.

<인스턴트 늪> 나는 다 기억하고 있었어,


시험공부를 하는데 미키 사토시의 영화가 너무 보고싶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어려운 영화 책에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미키 사토시일 거라 생각해서였다.
<인스턴트 늪>을 가장 최근에 본 건 15년 말 영자원에서였다.
무슨 수입사에서 <인스턴트 늪>을 수입하기 위해서 보여준 걸까,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 때 영화는 정말정말 좋게 보았지만, 수입 목적으로는 수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남겼었다..

다시 본 <인스턴트 늪>은 이미 내 머릿속에 또렷히 남아있었다.
본지 꽤 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이 네 번째 감상인가 그럴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다 예상되니 진짜 재밌어서라기보다는 팬심으로 보는 것 같았다.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많고 전개도 빠르지만 따라가는 게 어렵진 않다. 심슨처럼 이게 연결이 될까 싶을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붙는다.
아소 쿠미코의 연기는 후반부로 가면서 오버액션이 과해진다. 나는 그게 좋다.
하고자 하는 말이 정리되진 않지만, 대충 무슨 느낌인진 알 것 같다. 미키 사토시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일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만들었던 영화나 드라마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네.

같은 감독 영화를 짧은 텀으로 연달아 보는 걸 안 좋아하지만, 미키 사토시라면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만간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보고 확실히 베스트 목록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해야겠다.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블루 벨벳> with 정성일, CGV 씨네라이브러리


린치 빠돌이짓을 하다가 <블루 벨벳> 재개봉 소식에 소모임 멤버들과 같이 정성일 GV에 참여했다. 영화는 볼만했다. 그런데 예전에 내가 봤을 때 풀리지 않았던 것들은 이번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하나는, 결말부의 방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불어 노란 양복 남자의 정체도. 다른 하나는, 프랭크라는 캐릭터는 왜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야 했나.

이번에는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정성일씨를 마주했다. 녹음기도 켰다. 처음에는 하는 얘기들이 좀 있어보였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한시간이 지나도 강의 내용은 나아갈 기미를 안 보였다. GV가 두 시간 가까이 흘러도 얘기는 전혀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같이 포토티켓을 찍기로 했던 일행들을 막차로 보내고 잠시 앉아있다가 결심을 한 뒤 씨네라이브러리를 나왔다. 내가 듣고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정성일씨는 내가 린치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린치가 화가 출신이었다.. 이런 얘기는 평소라면 몰랐을 얘기라서 좋았다. 하지만 <블루 벨벳>에 대한 그의 얘기는 심히 주관적이었다. 이 영화가 라디오가 꾸는 꿈이라는 얘기.. 등등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생각해 보면 근거를 찾기 어려운 해석들. 도식적인 해석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의 해석이 오히려 도식적이라고 느꼈다.
사실 뒷부분 가서는 그의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냥 멀뚱멀뚱 앉아있기만 했기 때문에 그의 강의의 질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와 내가 같이 본 이 영화에서 서로가 전혀 다른 것을 보았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