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밤샘영화제 <가족의 탄생> 가족과 가족이 이어지는 순간을 담아내다
내가 이 영화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남들은 다 좋다는데 재미없는 영화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굳이 다시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왕 밤샘영화제에서 보게 된 거, 예전에 봤을 때보다 좀 더 재밌게 봤으면 싶었다.
그렇게 보게 된 <가족의 탄생>이 이번 밤샘영화제에서 본 다섯 편의 영화 중 제일 괜찮았다.
어릴 때의 내가 이 영화를 몰라봤던 건 아마도 영화를 이해할 만큼의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다.
영화 색깔이 좀 독특하다. 어떤 장르 안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다.
코미디인 것 같으면서도 웃기려 만든 영화는 아니다.
드라마 장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옛날의 나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감이 잘 안 왔을 것 같다.
좋았던 것은 영화의 섬세함이다.
예전에는 내가 둔해서 잘 캐치하지 못 했겠지만, 문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의상) 1부에서는 문소리의 감정이 다 느껴졌다.
꼭 대사로 "짜증난다", "어이가 없다" 이런 말을 안 해도 감정은 다 전해진다.
오히려 그런 대사를 안 쓰고 어이없는 상황과 짜증이 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감정을 잘 전달한다.
눈치 없는 엄태웅과 그걸 다 받아주느라 지친 문소리를 보면서 1부에 깊이 빠져들었다.
2부는 날카로운 성격의 공효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하는 얘기는 너무 뻔해서 별로였다.
주변 신경 안 쓰고 자기 감정만 내세우던 사람이 뒤늦게 어머니의 유품을 보며 눈물을 터뜨린다..
3부는 오프닝에 나왔던 정유미와 봉태규의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이제껏 보아오던 이야기들을 하나로 연결한다.
이 연결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정유미가 1부에 나왔던 여자아이였다는 사실이 반전인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기차 역에서 배우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장면도 중요하다.
일단 크레딧 장면부터 보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어딘가로 향한다.
이들이 가족으로 묶이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몰라볼 때의 장면인가 싶었는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을 캐릭터들이 서로를 못 알아보기도 하고
한 사람을 연기한 어린 배우와 젊은 배우가 마주치기도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며 그 의미를 찾았다.
영화는 그동안 보여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속의 이야기를 겪어보지 않은 나에게는, 그 장면이 특이하게 보이는 이야기를 일반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유미가 맡은 캐릭터의 반전은 그동안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가족으로 묶일 때의 놀라움을 잘 보여준다.
엔딩 크레딧 장면과 함께 본다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그 누구도 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관련 없어 보였던 1부의 가족과 2부의 가족도 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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