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화양연화> 교내 소규모 영화감상실에서 잠을 이겨내며



약속이 있어서 일찍 간 학교에서 <화양연화>를 상영했다.
학교에 있는 작은 영화감상실에서 하루에 두 번씩 영화를 틀어준다.
이번달 초에 <화양연화>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반가운 마음에 보러 갔다.

감상실엔 2인용 소파가 3개씩 3열로 놓여있고, 나는 맨 뒤 가운데에 앉았다.
감상 신청자는 5명이었는데 내 앞에 한 남자만이 들어오고 영화는 시작되었다.
왕가위 영화답게 누가 누구인지, 지금 하는 말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집에서 봤더라면 끊고 침대로 갔겠지만, 밖에서는 웬만한 똥작이 아니라면 꾸역꾸역 본다.
자다 일어나면 보통의 영화는 다 이해가 안 가서 재미가 없는데, <화양연화>는 내가 한 1분만 졸았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없었다.
오히려 잠들기 전보다 정신이 선명해져서 그런지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이 없었다.

영화는 한편으로 웃겼다.
사람이 움직이는 장면에 슬로우가 걸리면 어김없이 노래가 깔린다.
계속 똑같은 노래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게 웃기다.

<화양연화>의 마지막은 제목이기도 한 화양연화를 가슴 속에 묻으며 끝이 난다.
사랑이 지나간 뒤 그리움에 그들이 과거에 살던 집을 찾아간 마무리가 매우 좋았다.
영화 마지막에 끝날 때 자막이 나오는 것도 정말 좋다.
나는 나중에 영화를 만들면 꼭 마지막에 영화 끝날 때는 자막을 넣고 싶다.

예전에 제대로 못 본 것 같아서 두번째 보았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못 봤다.
영화가 별로다 싶었으면 앞으로 안 볼텐데, 영화가 괜찮아도 또 볼지도 모른다.
이번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이들이 걸어다니는 건물이다.
실제로 있는 곳일까?
벽에 알아볼 수 없는 그림들이 수없이 붙어있다.
어떻게 저런 장소를 헌팅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