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라쇼몽> 소설 [덤불 속]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보았지만


대학 수업시간에 재밌는 과제를 내 주었다.
[덤불 속]이라는 소설을 읽고 '범인'이 누구인지 논리적으로 밝혀오는 것.
마치 형사가 된 것처럼 소설 속 여러 인물의 증언을 읽으며 꽤 시간을 들였다.
그러다 과정이 잘 안 풀려서 편법으로 영화 <라쇼몽>을 보았다.
확실히 활자로만 읽다가 이미지가 더해지니 이해가 더 잘 갔다.
그러나 영화 <라쇼몽>은 소설 외부의 상상력을 끌어들여 자의적으로 결말을 덧붙였다.
영화는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이 희망적으로 끝이 난다.
흥미롭긴 하지만 소설 속의 단서들로만 범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던 나는 영화의 이미지에서만 영감을 얻고 혼자서 나름의 결론을 지었다.

내가 보기에는 나의 추리가 완벽했지만, 범인을 다른 쪽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놀랐다.
이 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같은 범인을 지목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각자의 단서를 합친 뒤 발표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사람의 추리를 반박하며 내 주장을 어필하고 싶었지만 발표를 할 때는 어째서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점수가 배당된 과제보다 더 열심히 해 갔는데, 원했던 만큼의 대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