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미트볼 머신 고토쿠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와서 GV를
했다. 외국인이 온 GV는 처음이라서 통역 때문에 진행이
두 배 느려지는 것이 좀 짜증났다.
데려온 여자배우가 예뻤는데 감독이 배우 가슴을 가리키면서 고토쿠에 가슴 노출이 있으니 비교해서 봐주시면 될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이렇게 글로 옮기니까 왠지 심각해 보인다. 하지만
여배우가 불쾌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권력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웃어넘긴 건 아닌가~ 하고 이의제기를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 때 난 그 농담을
일본 문화의 한 모습이라고 받아들였다.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특유의 뒤틀린 설정들이다. 주인공은 건너편
공장의 여공을 짝사랑한다. 그래서 그녀를 상상하면서 자위를 한다. 주인공이
다니는 공장의 동료들은 항상 여자 따먹는 얘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주인공은 그것이 불편하지만 싫은
티는 내지 않는다. 아직 동정인 그에게 돈 주고 섹스를 할 기회는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연히 그는 자기 동료로부터 겁탈당하려던 여공을 발견해 거기 뛰어들지만 흠씬 얻어맞기만 할 뿐이다. 여자는 주인공의 집까지 따라와서 자기가 예전부터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둘은 섹스를 하려 하지만 주인공이 여자의 몸에 난 흉터를 보고 멈칫한다. 그때
네크로보그가 난입해 여자와 섹스하고 그녀의 몸을 강탈한다. 남자는 네크로보그에 정신이 지배당한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또다른 네크로보그와 한 몸이 되어 그녀를 찾아간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내용은 본 적이 없다. 앞으로 일본 영화를
볼 때는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보지 못 했던 이런 뒤틀린 면들에 집중해서 보아야겠다.
잔인한 표현들을 기대하고 갔지만 정작 마음에 든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피가
솟고 몸이 터지고 하는 장면들은 많지만 특수분장 티가 많이 나서 그리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또한 영화는 잔인한 장면들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지, 그것을 통해서 관객의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보기에 잔인하다고 느끼기에 잔인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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