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9일 일요일
<개를 문 사나이>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한계에 대해서
후배 한 명과 고어영화 보기 소모임을 하나 개설했다.
아직은 그 친구와 나 단 두 명이다.
처음으로 함께한 영화는 내가 추천했던 <개를 문 사나이>
이 영화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놀라는 효과 없이도 무서움을 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갑툭튀 장면들을 못 보는 그 친구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개를 문 사나이>를 가지고 할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명쾌한 영화들이 바로 그렇다.
<개를 문 사나이>는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해 보이고, 딱히 다르게 볼 만한 여지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개를 문 사나이>는 성찰 없는 카메라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반성을 유도하는 영화이다.
막상 고어 장면이 나와도 그 이미지 자체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을텐데,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조차 별로 없고 컬러로 찍히지도 않아 시각적 쾌감이 좀 덜하다.
모임의 취지와 잘 맞지 않는 영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다면 항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개를 문 사나이>는 두 번을 봐도 비슷한 영화이지만, 이번에는 후배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절대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지울 수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의 존재가 없어서는 이야기 진행도 안 되고 메시지 전달도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형식적 특성을 잘 이해한 영화들이 좋다.
이런 식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면 안 되는 영화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들!
<클로버필드>,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접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재미있고 신선했다.
<클로버필드>라는 영화의 형식이 특히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한동안 이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관객을 100% 속일 수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란 없다는 아쉬움으로 인해, 그리고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남용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관심이 줄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완벽히 속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일단 그 내용이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관객의 흥미를 위한 극적인 편집이 오히려 사실감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모두에서 발견되었다.
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갖다대기에 적합한 내용이란 무엇일까?
'모큐드라마 싸인'이라는 어느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현실고발 다큐의 탈을 쓴 페이크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이다.
일부러 자극적이고 꼬인 내용으로 만드는데, 가짜 티가 많이 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속을 만하다.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는 자막이 뜨긴 해도 이런 식이라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TV가 아니라 돈을 내고 선택해 영화를 보는 극장이라면 사람들이 한번쯤은 영화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하고 볼 것이고..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100% 페이크가 되지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일까..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영화보다 TV에 적합한 장르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자료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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