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내 책상 위의 천사> 재미의 늪
새로운 동아리에 가 보았다.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내 책상 위의 천사>를 멤버들과 같이 보았다.
도저히 몰입을 할 수가 없는 영화였다.
눈만 뜨고 영화를 보는 내내 어서 끝났으면 했다.
짧은 영화는 아니지만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기다림이 끝나고 다같이 얘기를 하는데, 이 영화를 향한 극찬이 터져나와서 더 짜증이 났다.
똑같은 시간 들였는데 나만 빼고 남들은 좋았다니~~~
누군가에겐 꽤 괜찮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약간 들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린다.
전기영화에 대한 진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건 딱 <조디악>정도까지인 것 같다.
-그런데 <내 책상 위의 천사>와 <조디악>의 차이점은.. 한 쪽이 장르영화라는 점.. 또 있나 다른 것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듯 등장시켰다.
하긴 우리의 삶도 두세시간의 영화 안에 담기가 어렵지.
그래서 몇몇 영화들은 주인공 주위 인물의 수를 한정시키기도 하지.
<내 책상 위의 천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이 지닌 스토리 일부를 보여주지 않기도 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보여주지 않기도 한다.
누군가는 우리 인생도 하나의 결과를 놓고 한 가지 원인에 의해서만 일어났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라며 영화를 변호했지만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다.
인생이 그런 단순한 인과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그 철학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할 일인가 싶다.
재미가 없다.
요즘 영화를 재미로 보기 때문에 재미없는 영화를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서 재미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정의에 따르면 "영화를 계속 보고싶어지게 만드는 힘"이다.
더 깊은 곳까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못 했다.
<내 책상 위의 천사>의 전반부에서 인과를 맞추며 무언가 이해하려는 내 노력은 좌절되었고 주인공이 커가고 장소를 옮겨갈 때는 정신을 놓게 되었다. 꽤 일찍부터였다.
<피아노>에서 제인 캠피온의 스타일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 책상 위의 천사>만 놓고 봤을 때는 무지 개성없게 느껴졌다.
감독의 손길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그 사람의 애정이 안 느껴졌다.
이 주인공 얘기를 굳이 해야 했을 이유가 안 보였다.
누군가는 꼭 애정이 있어야 그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절대 그런 식으로 영화 만들고 싶지 않다.
영화 만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애정도 없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 바친다니. 생각만 해도 괴롭다.
-다르게 본다면 애정있는 시선을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나 다시 볼 생각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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