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애벌레 기둥이 생각이 났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어릴 때 내가 정말 좋아하던 책이다.
평범하게 살지 말고 특별하게 살아야겠다는 내 인생 목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서너명이서 독서논술할 때 읽었던 것 같다.
그 때 이 영화의 교훈을 난 이런 식으로 정리했었다.
"애벌레 기둥에 올라가지 말아야지."
그리고 중학교 졸업할 때쯤에 학교에서 버리는 책들을 주워오다가 이 책도 함께 가져온 것 같다.
그래서 군데군데 얼룩이 묻고 너덜너덜한 이 책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읽었다.
글씨가 약간 많은 동화라고 보면 된다.
작가가 바라보는 인생에 대한 우화이다.
모두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애벌레 기둥의 꼭대기를 보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간다.
"제기랄,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자 꼭대기에 있던 다른 애벌레가 대꾸했습니다.
"바보야, 조용히 해! 저 밑에 있는 친구들이 듣잖아. 그들이 올라오고 싶어하고 있는 곳에 우리가 와 있는 거야. 여기가 바로 그 곳이야!
이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좀 웃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애한테 개성을 일러주다니..
지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
짧고 단순해야 하는 동화라서 그런지 딴지를 걸고싶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인생에도 애벌레 기둥같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느낀 애벌레 기둥은 바로 공부이다.
앞으로는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끝에 아무 것도 없었던 애벌레 기둥과 달리 공부를 잘 하기 위한 경쟁, 돈을 벌기 위한 경쟁 끝에는 보상이 주어진다.
남을 이겼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경쟁으로 무엇이 있을까? 게임? 그러면 그 재밌는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나? 그런데 이 책을 '게임을 하면 안 되겠다'고 읽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우리 인생에서 기둥에서 벗어나 나비가 된다는 것 무엇일까?
그 답은 못 찾겠다. 내 안에 숨겨진 것은 뭐지? 영화를 하는 것? 예술을 하는 것?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참 삐딱하게 컸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 다 하는 거 잘 생각해 봐라.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가차없이 버려라.
그리고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일깨워라.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의 개성? 나의 개성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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