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의 웃음소리는 영화를 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나도
안 웃긴데 옆 사람이 슬슬 웃기 시작한다면 그 영화는 최악의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내 옆 사람들은
진짜 하나도 안 웃긴 장면에서 열심히 웃어댔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너무 좋은 영화를 추천해줘서 고맙다며, 역대 최고의 GV였다고 칭찬을 하면서 나갔다.
가장 불만스러웠던 것은 영화 내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들. 이들이
다큐멘터리를 왜 찍어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려고는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행위에 많은 인물을 투입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이것을 통해서 웃기려고 노력한다. 진짜 쓰잘데기 없는 시간이었다. 그냥 다큐멘터리 찍는다는 그 인물들만을 가지고 영화 한 편을 만들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영화의 소재인 미로만으로는 영화를 꽉 채워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미로를
잘 꾸며놓아서 미술적으로는 독특하고 매력있지만, 장면 장면을 이어붙이니 이 공간들이 모두 이어져 있는
하나의 공간처럼은 느껴지지 않는다.
내 옆 사람들을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생각보다 세상엔 웃음이 헤픈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화를 집에서 혼자 보았다면 그냥 예쁜데 못 만든 영화로만 기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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