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수단이 목적을 잠식하다. 애초에 목적이 뭐였는지도. 그저 수단만이 중요했는지도.



고어영화 보기 소모임에서 두 번째로 감상한 영화.
보고 있기가 불편한 영화였다.
거대한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감독은 여럿이서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대체 우리가 나누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 하고 계속 생각하며 보았다.
영화는 단순하다.
전반부에서는 고문 피해자가 가해자 일가족을 살해한다.
후반부에서는 고문 피해자의 친구가 붙잡혀 고문을 당한다. 고문을 가하는 집단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이 가해지면 사후세계에 다녀올 수 있다고 믿는 집단이다. 고문을 당한 주인공은 무언가를 보고 집단의 수장에게 귓속말을 한다. 수장은 자기가 들은 것을 발표하기로 한 날 자살한다.

영화를 만든 사람이 끔찍한 악취미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지하에 감금되어 있던 사람의 머리에 박힌 헬멧에서 못을 뽑아낼 때 너무 끔찍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 장면이 영화에 꼭 필요했을 거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없어도 영화 감상에는 아무 문제 없다.
이 장면은 그저 표현을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이 고어영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컷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관객을 흥분시키려는 목적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객을 흥분시키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잔뜩 흥분한 관객들에게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때려박기 위해?
----흠.... 악취미군.....

결말은 관객들이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위한 것보다는
애초부터 이렇게 끝내려고 만든 것 같았다.
물론 이랬을수도 있다. 끝나지 않는 고문을 당하며 주인공이 생각해낸 것은 바로 순교자인척 집단의 수장의 자살을 유도하는 증언을 하는 것!
하지만 앞부분에서 주인공이 보는 환상에 대한 단서를 몇 단계에 걸쳐 제공했던 이 친절한 영화가 갑자기 이렇게 맥없이 끝나버리는 것은 많이 이상하다.
쭉 구사해오던 자기 화법으로는 도저히 영화를 제대로 끝맺을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 영화보다 잔인한 것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이 영화는 보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나 이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은 근 시일 내로는 없다...
다음 소모임 감상영화는 아마도 <세르비안 필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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