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5일 일요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가 도움을 요청했다



반년만에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봤냐고.
나는 본 적은 있는데 제대로 안 봤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했다.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린 당장 다음날로 약속을 잡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 나는 두근거렸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그 동안 안 보고 있던 이유는, 내가 안 좋아하는 애가 이 영화를 좋아해서이다.
시간이 지나고 딱 한 번을 봤는데, 사실 본 것도 아니고 틀어놓은 거다.
여자친구와 이 영화를 틀어놓고 집중은 안 했다.
본 것도 없는데 금방 영화가 끝나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영화'라는 소리는 많이 들어서 그 이후로 한번쯤은 다시 찾게 될거라 생각했다.
그 날이 왔다.
당장 영화를 다운받아 감상했다.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관객들이 영화의 빈 공간을 채워가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별의 이유를 영화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관객이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저마다 자기에 맞는 영화를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영화 자체 얘기보단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기대하며 약속을 나갔다.
친구는, 사귄지 얼마 안 됐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유학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가 좋아한다고 했던 이 영화를 보았는데 좀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이 영화 속 조제의 행동을 닮았다는 것.
엄밀히 말하면 여자친구가 이 영화 속 조제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것.
집에 자기를 초대해 조제가 해 준 것처럼 계란말이를 해 주기도 하고.. 다른 건 기억 안 난다.
그래서 친구는 내게, 자기 여자친구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 이유가 궁금해서 대화를 청한 것이다.

별거 없었다.
사람들이 자기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속 주인공을 따라가곤 하지.
이런 저런, 자기 연애사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얘기를 듣다가 식당에서 나왔다.
나는 저녁에 또 다른 약속이 있어서 뭘 하며 시간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마침 아침에 그 근처 극장에서 무슨 영화가 몇 시에 하는지 봐뒀다.
즉흥적으로 우린 영화를 보러 들어갔지만 영화는 별로였다.
또 시간이 남아서 그 근처를 서성였다.
친구를 보내고 난 바지를 샀다.
저녁엔 또다른 친구들을 만나 열심히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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