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세 번째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았다.
소모임 때문이다.
소모임이 아니었더라면 나중에야 다시 보았을 것이다.
내가 소모임에 린치를 전도해서 린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중 한 친구가 이번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발제했다.
초반부 2시간을 보다가 집에서 나와서, 학교에서 나머지 30분을 마저 보는 식으로 감상했다.
이 영화를 어느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또 다른 것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실렌시오 극장에서의 일이 열쇠가 되었다.
영상과 소리는 분리된다. 그 분리되는 방식이 특이하다.
영상과 소리는 처음엔 하나인 것처럼 놀더니, 영상이 소리를 벗어난다.
트럼펫 연주는 계속되고 있지만 연주자는 트럼펫을 떨구고, 노래를 부르던 여인의 노래는 계속되지만 그녀는 쓰러지고 만다.
소리가 지속된다는 것을 우리는 믿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금발 여인과 흑발 여인의 관계를 유추해 보았다.
이미 그들의 관계는 끝난 지 오래이지만, 한 쪽에서는 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 믿음이 전반부의 기나긴 꿈 장면으로 표출되었다.
영화 얘기는 많이 하지 못 했다. 방금 그 얘기도 하지 못 했다.
소모임에서는 영화와 스토리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나는 스토리가 우선이고 나머지 촬영이나 음악 등의 요소가 스토리를 도운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동등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스토리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말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지 못 했다. 소모임에 작년보다 사람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어째서인지 여전하다.
나는 그것을 공간의 문제라고 지금 생각해 본다.
우리 동아리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좀 더 좁았고, 어느 한 명의 권위가 부각되지 않는다.
쉬는시간이 끝나고, 나는 팬심으로 린치의 드라마 [트윈 픽스]와 <이레이져 헤드>의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한 10분만 보여주려고 했으나 30분은 잡아먹어버린 것 같다. 트윈 픽스 시즌 3 소식을 얘기 안 한 것이 무척 아쉽다. 그렇다고 톡방에서 말하기엔 너무 오타쿠스러울 것 같다.
영상을 보여주고 나서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괜히 튼 건가 싶을 정도로, 다른 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그 친구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날 다른 사람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갑자기 쪽팔림이 밀려왔다. 왜? 내가 이런 특이취향을 밝힌 것 때문에! 이 친구들한테 잘 보이고 싶었는데 내가 좋다고 이런 영상들 보여준 것이 실수였다. 이 날 엄청 우울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울함이 3일동안 지속됐다. 린치 빠돌이짓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하고 있다.
나중에 다시 볼 것 같으니, 린치가 제시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단서를 첨부한다.
1) Pay particular attention to the beginning of the film: at least two clues are revealed before the credits.
2) Notice appearances of the red lampshade.
3) Can you hear the title of the film that Adam Kesher is auditioning actresses for? Is it mentioned again?
4) An accident is a terrible event... Notice the location of the accident.
5) Who gives a key, and why?
6) Notice the robe, the ashtray, the coffee cup.
7) What is felt, realised and gathered at the club Silencio?
8) Did talent alone help Camilla?
9) Note the occurrences surrounding the man behind 'Winkies’
10) Where is Aunt 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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