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5일 일요일
<레볼루셔너리 로드> 의식의 흐름으로 정리하기
<도그빌>처럼 각본 쓰는 능력이 기가 막혀서 감탄했다.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는 그 능력!
각본 잘 쓴다는 건 부분부분 잘 쓰는 능력만 가리키는 게 절대 아니다.
결말.
결말부는 사족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집 안에서 싸우다가 밖으로 나가는 그 장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맞는 그 장면.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내는 이러저러하게 되었고~
그래서 남편은 그 충격으로 이러저러하게 되었고~ (굳이 그 표정까지 클로즈업.)
그들이 살던 집에는 누가 들어왔고~ 남겨진 부부들은~~~
앞부분에서 하던 말과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결말부의 느낌은 정리하자면 "다들 그렇게 사는거지"다.
마음속으론 작은 변화를 꿈꾸면서도 일부러 그 싹을 잘라내려 하는 부부.
어느정도 나이 들 대로 들어서 피곤한 건 적당히 피할 줄 아는 남편.
앞부분에서 하던 얘기는 그럼 뭐였나?
이 곳을 떠나 파리에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나 더 좋은 기회를 잡기로 한 프랭크와
그런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는 에이프릴의 싸움이다.
정치적인 얘기로 치자면 진보 VS 보수로, 보수를 이끌지 못 한 진보의 자살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단순한 대결구도로 넘기진 말자.
우리가 본 것은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하고 끝내 파멸하고 마는 부부이다.
소통의 문제? 아니 협상의 문제? 싸움의 기술의 문제?
음.. 다시 생각해 보니 세 부부의 삶의 방식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시대에 변화의 불씨란 것은, 노부부의 아들처럼 정신병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모든 남자들이 똑같은 복장, 똑같은 표정으로 출근하는 장면이 단적으로 말한다.
혁명의 길!
윌러 부부. 각자가 원하는 변화의 방향이 너무 달랐기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하고처참하게 무너졌다.
친구 부부. 가정에 만족하지 못 하지만 참고 사는 남편. 변화를 꿈꾸는 윌러 부부를 험담하는 것이 전부. 어째 이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 변화가 좌절된 에이프릴과 관계를 갖는 것.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변화의 에너지를 넘겨받은 느낌.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패한 윌러 부부를 동정하다가 슬퍼하는 것. 왜 우린 저렇게라도 되지 못 했지?
집주인 부부. 오래 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아들은 유일하게 윌러 부부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나이든 남편의 지혜는.. 아내가 말이 많을 때 보청기를 꺼두는 것이다...
비중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이것은 적극적으로 변하고자 했던 부부와, 그 마음은 있지만 참고 사는 부부와, 그렇게 살다가 나이들어버린 부부의 이야기였구나.. 아하!
나중에 꼭 다시 보고 싶다. 다음에는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다만 윌러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격해서 좀 무섭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는 이것으로 처음이다. 나중에 <스카이폴>을 꼭 봐야겠다.
+음악 센스는 별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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