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괴물의 아이> (1) <라이프 오브 파이>의 환상세계를 떠올리며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던 날.
두 영화 모두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흡족~

이번 글에서는 <괴물의 아이>를 보며 '나만이 느꼈을 법한' 지점을 파고들어 본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들어설 무렵, 그러니까 소년 큐타가 청년 큐타가 되었을 때 즈음 배경은 괴물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세계로 넘어간다. 큐타가 어렸을 때 골목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우연히 괴물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괴물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다시 우연히 인간세계로 넘어간 것이다. 영화 상에서는 9살 이후로 처음 들어서는 인간세계다. 나는 여기서 큐타가 다시는 괴물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줄 알았다. 지난 8년간의 괴물세계 경험을 "어떤 분이 나를 받아주셔서 운동만 하고 자랐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 그동안의 이야기는 하나의 은유였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소년 큐타는 사실 그동안 인간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을 하고 있던 거구나. 괴물의 세계같은 건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물론 영화를 좀 더 보면 알겠지만 <괴물의 아이>에 나오는 괴물과 그들의 세계는 은유가 아니다. 뭐 굳이 억지로 은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만화를 그려냈던 호소다 마모루가 그런 의도를 가졌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마코토의 이모가 "그 나이쯤 되는 여자애들은 누구나 한 번쯤 타임리프를 겪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던 것과 같이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지극히 환상적인 배경이 공존한다. 그것들을 마치 진짜 있는 세계인 것처럼 슬쩍 내놓는 호소다 마모루 세계의 유연함.
그 양상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잠시 나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의 은유를 떠올렸다. 지금 보면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는 참 나빴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환상적인 이야기가 무참히 무너지려 하는 순간이 나는 싫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애초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던, 그 어려운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파이가 만들어내야만 했던 '거짓 이야기'임이 명백했다. 거짓 이야기여야만 완성되는 이야기이고. 반면 <괴물의 아이>는 그것의 환상 이야기가 가짜다 진짜다 판단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영화를 너무 예민하게 굳이 파고들지 않아도 될 지점까지 파서 이렇게 환상의 진위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이지, 실은 별 의문의 여지 없이 그냥 아름다운 하나의 환상 동화라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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