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메이즈 러너> 속편과의 비교

개봉 당시 재미는 있지만 평범한 오락물일 거라 생각하고 넘겼으나
어쩌다 보게 된 속편에서 매력을 느껴 전편을 보았다.




속편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공리주의 테마를 끌고 왔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롭게 여겼지만 전편인 <메이즈 러너>에서는 공리주의 테마가 거의 후반쯤에나 속편을 예고하며 등장한다. 대신 <메이즈 러너>에서 다루는 주제는 안정을 추구할 것이냐, 변화를 추구할 것이냐이다. 그러나 속편이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을 대립시켜 현실감있게 주제를 논할 발판을 마련했다면, <메이즈 러너>의 주제를 끌어내는 방식은 꽤나 얄팍했다.

수년간 미로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오던 이들 사이에 토마스가 변화를 가져오며 아이들은 미로 속으로 떠날 것인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인가를 놓고 갈라선다. 흥미로울 수 있었던 주제이나 미로 안에서 안주할 것을 택하는 쪽의 논리를 펼치는 갤리의 캐릭터를 너무 융통성 없는 악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내부에서는 그 쪽에 힘을 실어줘서 논할 가치를 못 느꼈나 보다. 더 이상 보급품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로 안에 남아 있기를 선택하는 갤리도 비합리적이지만, 그가 지적하는 것처럼 며칠 사이에 미로 안의 사회를 뒤집어놓는 토마스에게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따르는 인물들도 이상하다. 결국 이는 "영화니까"라는 무책임한 한 마디로 일축된다. 영화가 나아가기 위해선 영화 속의 인물들이 나아가야 했다.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런 영화는 주제를 이야기위한 영화도 아니고 주제를 보기 위한 영화도 아니니까 그냥 즐기면 된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주로 미로에 관한 것이다. 미로 내부의 사회는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다. 또 미로는 아이들을 가두는 기능을 빼면 사실상 영화 진행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

미로가 핵심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로를 포기하고 다른 쪽에 더 재미를 실어준 것도 아니다. 영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가는 재미로만 보는 영화. 비밀이 거의 전부이므로 이런 영화는 스포일러를 이기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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