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도 1학기 소모임에서 했던 영화.
다른 영화들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안 나 제대로 본 건 이것이 두 번째다.
그 날은 <풀 메탈 자켓>을 먼저 하고, 술 마시며 <브로크백 마운틴>을 했다.
점점 사람이 안 오기 시작했다.
다섯명이었다.
이동진이 <캐롤>을 두고 이성애적인 시각으로 동성애를 논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나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동성애를 이성애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
두 인물의 첫 관계 후 나오는 대사가 있다.
"난 게이 아냐."
"나도 아냐."
어색하게 있다가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에니스.
나는 다소 충동적으로 일어난 이들의 첫 관계를 보고
에니스가 어쩌다가 잭과 섹스를 하고 나서
잭을 더 깊숙하게 사랑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는 내 관점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성애자가 동성을 '사람 대 사람(내가 쓴 표현이다)'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억압하는 발언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 멤버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질문을 계속 던졌다.
어쩌다가 그 멤버의 허점을 보고 그걸로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생각은 마무리.
그 날의 인상은 그랬다.
다른 데서 느낀 울분을 나한테 토해내는 느낌이라 썩 좋지 못 했다.
다시 이 얘기를 생각해 본다.
나는 동성애를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동성애는 동성애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겠다.
그렇다면 원래의 내 관점보다는 좀 더 거리가 느껴지겠지?
저것을 그냥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저것을 동성애라고 보는 이상 이성애자인 나는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테니까.
나는 동성애를 보며 뭘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기에
동성애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앞으로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멤버에게 대답을 듣고싶었지만 제대로 얘기를 꺼내지 못한 것이 있다.
저들의 사랑을 보고 '사람 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동성애를 향한 후려치기라면
확실히 알지도 못 하는 나의 성적 지향을 이성애자로 단정하고, '사람 대 사람'이라는 표현을 꾸짖는 것은, 내가 실제로 '사람 대 사람'으로 양성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란 가능성을 배제한, 실제 '사람 대 사람'으로 양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후려치기가 아닐까?
(물론 '사람 대 사람'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사랑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덧붙인다.
내가 줄곧 생각해온 소수자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 결론이 나지 않는다.
소수자 안에는 또 그 소수자 그룹 내의 소수자가 있기 마련이다.
소수자 담론도 소수자 개인이 아닌 집단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수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소수자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소수자'라는 타이틀은 내게 너무 거대하다.
젠더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어렵기만 하다.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좀 더 정리된 생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핫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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