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연출한 장 마크 발레의 차기작.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집을 분해하며 상처와 마주한다는 내용이다.
집을 글자 그대로 '분해'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곧장 극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영화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실망스러웠던 지점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1
'분해'의 모티프는 생각보다 이 영화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가장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분해 행위는
그저 주인공 데이비스가 하는 하나의 이상 행동쯤으로 묘사되었다.
물건이 고장나면 낱낱이 분해한 뒤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대사처럼
demolition은 죽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만 기능할 뿐이다.
가장 매력적일 거라 생각하고 기대했던 이 모티프가
영화 상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
2
캐런과 그의 아들 크리스의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데이비스가 처음으로 말문을 여는 대상이 바로 자판기 회사 직원인 캐런이고
그와 그녀의 만남이 영화 초반의 중심 플롯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나는 당연히 캐런이 데이비스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맡았던 역할은 그저 자기 아들을 데이비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뿐.
어느 사건 속 인물이 되지 못 하고 심심하게 퇴장한다.
데이비스의 아내보다 더 큰 존재가 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데이비스가 아내를 다시 떠올리게끔 하는 역할이 그녀의 그것이었다면
나는 영화가 그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눈길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캐런의 아들 크리스는 '남자 주인공이 새로 만난 여인의 아들'이라는,
으레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뻔한 캐릭터를 넘어서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는 캐런보다 더 많이 등장하고
데이비스도 크리스와 더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캐릭터 간의 균형을 깨트리면서까지 영화가 던지고 싶었던 크리스의 고민은
혼란스러운 그의 성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영화 내용과 전혀 무관하지만 작지 않은 문제로 등장한다.
여기서 크리스라는 캐릭터는 선을 넘었다.
억지스럽게 영화의 흐름을 깨트리면서까지 던진 성 정체성 이야기도
결국엔 방향을 제시하지 못 하고 크리스를 그저 힘들어하는 소년으로만 방치하고 만다.
3
데이비스의 감정선이 뚝뚝 끊긴다.
예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비스라는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연거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떠올리며
그 때의 그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왜 이따위 영화를 만들어냈는지 계속 한탄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